“로봇-5089는 단순한 로봇이 아닙니다. 저에겐 아들 같은 존재라고요.” 정준은 수많은 로봇을 만들었지만, 로봇-5089는 좀 달랐다. 이 다름 때문에 리셋 내지는 파기 당할 위기에 이른 로봇-5089를 구하기 위해 회장을 찾았다. 회장은 그저 불량 로봇 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라인 아인15 공식 출시 전에 이 꼴통을 처리하라는 말만 듣고 회장실을 나오게 되었다. “리셋은 싫어.”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로봇, 로봇개발자, 대기업,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아이, AI반대시위, 몽유병 증상이 있는 로봇, 등 가까운 미래에 있을법한 많은 것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곧 있을 법한 신기한 상황에 집중된다기 보다는, 로봇-5089가 던지는 대사, 행동들을 훨씬 더 신경 써서 읽게 되었다. 버스킹을 하고, 지금의 나를 버리기 싫은 로봇-5089는 인간들과 예술로 직접 소통하고 싶어하는 예술가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이 지점이 바로 ‘인간과 다른 존재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창작의 영역에 접어든 이 로봇은 어떤 존재일까? _“왜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뭔갈 하고 싶어 하는 건데?” “난 인간들과 예술로 직접 소통하고 싶어.” “왜?” 로봇-5089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건 모든 예술가의 꿈이야.”_ 여기에 대비되는 스스로를 믿는 로봇이라고 믿는 아이, 워리.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 보인다. 이런저런 괴로운 감정이 싫어서 로봇이 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모든 고통스러운 감정과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리셋하고 싶어 한다. 이런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예술가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로봇-5089와 고통을 잊고자 스스로를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라는 설정이 참 신선한 소설이였다. 무엇보다도 중후반부터는 로봇-5089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으며 생각을 넓혀가는 워리의 성장이 주목할 만 하였는데,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이 아이의 내면에서 생기는 의문들을 그대로 뱉어내듯이 표현한 문장들이 참 인상 깊게 남는다. 적당한 스릴감과 미래사회에 대한 고찰, 그리고 두 아이(?)의 성장까지... 고루 담고 있었으며 재미도 있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또한 단 하루라도 진짜로 살아보고 싶어하는 ‘팬이’에게서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우리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다. _ 진정한 친구는 별과 같다. 매일 볼 수는 없지만 항상 거기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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