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에게도 로봇들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는 로봇,
인간의 표정을 가진 마지막 로봇,
‘리셋’이라는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는 로봇,
스스로를 ‘팬이’라고 명명한 ‘로봇-5089’.
로봇 개발자가 심어준 음악 파일과 예술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예술적 감성을 지니게 된 로봇-5089는 예술가로서 인정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만은 로봇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이 로봇을 리셋하고자 한다. 로봇이 자발적으로 리셋하지 않으면 선택지는 파기 뿐인 상황.
그리고
학교폭력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로봇이 되기를 원하는 열 살 아이 ‘워리’.
아픈 기억을 지우고자, 더이상의 고통을 피하고자,
아이는 로봇이 되기로 결심하고
음식도 거부한 채 리셋만을 원한다.
원하는 것이 완전히 다른 이 두 존재가 만나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성장하는 과정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소설이다.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만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인간과 로봇이 확연히 구분되기를 바라며 로봇의 얼굴을 무표정한 헬멧 형태로 만든다는 내용이나, 예술을 하는 로봇에게 야유를 퍼붓는 사람들의 모습 등은 우리 안의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근미래에 실제로 벌어질 것만 같은 일을 다루었으니 세미 SF라고 부를 수 있을까.
딱 이 정도의 미래 소설이 재밌다.
(‘팬이’는 자신의 팬이 되겠다는 의미, ‘워리’는 영화 월-E에서 온 이름이다.)
#책속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