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숨 가쁘게 달려온 삶의 미열이 생길 때, 문득 모든 것이 부질 없어 보일 때면 한 번쯤 산사에서의 하룻밤을 생각해볼 일이다. 고즈넉이 자연의 품에 안겨 마음속 번뇌들을 내려놓고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볼 일이다. 그 새벽, 산사의 정적을 깨우던 죽비 소리 유난히 그립다._p41 최근 몇 년 새에 에세이류를 많이 읽고 있다. 소설과 같은 픽션과 달리, 에세이는 저자의 사적인 생활도 엿볼 수 있고 개인적인 성향도 대략 알 수 있다.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는 잔잔한 분위기의 에세이다. 참 차분하게 일상을 적어놓고 있는 박소현 작가는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바다를 놀이터 삼았다고 한다. 물가에서 지냈던 어린 시절 이야기들부터 삶의 궤적이 드러나는 일상들까지 촘촘히 적어 놓았다. 읽고 있노라면, 이런 것 까지 글로 옮겨서 지면을 채웠다고? 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일상의 힘인 것 같다. 거기에 성소수자 인권, 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 문학 작품들에서 받은 감동과 깨달음 까지 다채롭게 다뤄주고 있어서 조용한 글 중에 활력을 넣어주고 있었다. 삶의 궤적이 깊은 이의 시간 속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_우리들은 그렇게 부모들의 땀과 억척으로 바다의 몸을 파먹으며 자라왔다.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바다가 물려준 듀산 덕분이었다._p49 _그리움을 공유하는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삶의 속살들을 적나라하게 내보이고도 부끄럽지 않은 그 이름들이 있어 행복했던 밤. 이젠 그 그립고도 먼 정겨운 시절들도 다 지나가고 고향엔 연로한 어른들만 덩그러니 남아 근근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번 추석엔 아버지 산소에 가서 한껏 어리광이라도 부려봐야겠다._p189 _생의 마지막 순간, 이승에서의 기억들을 다 버리고 단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죽기 1분 전 나는 내 기억 속 액자에 무엇을 담아 갈까?_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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