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상자를 열자 묵은 종이 냄새가 훅 끼쳤다. 오래된 책의 곰팡내와 비슷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 또래 취향의 팬시와 책이다. 여러 건의 다이어리는 노랑, 초록, 보라 등 색색으로 달랐다. 직접 그리고 쓴 시화집도 있다. ..... 다이어리에는 일기 형식으로 쓴 긴 글과 짧게 메모하듯이 몇 줄 써놓은 글도 있다. 상자의 주인은 고1 여고생 강여울이다. “이름 속에서 물소리가 나는 거 같다.” _p94 아토피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벼리는,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에 전학을 오게 된다. 벼리와 학교를 오고가며 눈여겨 봐 온 한 폐가를 마음에 들어했던 엄마는 그 집을 사기로 결심한다. 이런 엄마가 못마땅했지만 집을 수리하고 학교에 적응하며 여기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벼리는 친구도 사귀게 된다. 그러다 그 집에서 발견한 ‘붉은 무늬 상자’, 그리고 이 집에 살았던 소녀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자의 주인은 그 소녀, 강여울이였고,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당시의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다소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는 성장기 소설의 이야기를, 다이어리 속 내용과 주인공 현실을 교차시키면서 소설 속 또다른 소설을 가진 형식으로 풀고 있었다. 다이어리 속 내용들로 독자들도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에 끌어들이면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차츰 드러나는 당시의 진실과 타인을 위해 용기를 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잔잔한 여운까지 .... 적극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_지붕을 타고 넘어갈 수 있는 거리에 덩굴이 있는데도 집 안과 지붕은 이상하게도 깨끗했다. 이장은 지붕선 위 말끔함 하늘을 올려다보며 긴 숨을 뱉었다. 이 집이 오랫동안 빈집으로 있는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는 거다. 알고 보니 엄마는 그 사연을 알고도 계약을 한 것이다._p35 _못 본 척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가해라고 했다. shoot도 과거의 시간에 일정 부분 잡혀 있는 것 같았다._p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