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고등학생 박선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초경을 하지 않았다는 것. 꾸준히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나오는 상황에서 박선은 자꾸만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런 박선의 앞에 나타난 하얀 고양이는 자신을 시간여행 전문 가이드, 고선생이라고 소개한다. 고선생이 그녀를 찾아온 이유는 박선에게 시간여행자 티켓을 전해달라는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의뢰를 통해 박선은 가족과 관련된 시간 중 의뢰인이 짠 곳들을 여행할 수 있다. 고선생의 설명을 들은 박선은 고민 끝에 고선생과 함께 시간여행을 하기로 한다.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시간여행 가이드와 함께 가족과 관련된 시간을 여행하며 가족의, 할아버지의 과거를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박선은 할아버지가 비밀로 하던 일들을 알게 되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날의 아픔을 깨닫는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한국인 중에도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또한 그 시대를 지낸 사람 중에만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히로시마로 강제 징용된 한국인이 있었고 그때의 피폭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쟁의 주체가 아니었던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그 역사와 아무 관련도 없이 아파야 했던 수많은 생명을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가 알려줬다.

저자는 원자병을 모르던 어린 시절, 원자병으로 고통받던 소녀에게 돌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의 무지로 인해 괴로웠을 소녀에게 늦은 사과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원자병’을 몰랐던 사람으로서 늦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 우리 역사 속 아픈 길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직도 그 아픔이 끝나지 않아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너무 늦게 알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느낀다.

박선의 꿈에 대한 엄마와의 갈등 등 제대로 끝맺어지지 않은 것들이 있어 약 220페이지 안에 모든 내용을 넣기에는 버거운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이야기를, 또 지금도 고통받는 피폭 2, 3세대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이 서평은 특별한서재 신간평가단으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