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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6기] 너만 모르는 진실
작성자 김지선 등록일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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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윤은 고등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게 3월 마지막 날이었다.

윤이 다니던 나경 고등학교는 신도시에 위치한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설 가톨릭 고등학교로, 자살은 가톨릭 교리에서 크나큰 죄악으로 여겨졌다. 그런데다 다음날이 하필이면 만우절이어서 그 소식을 접한 다른 아이들은 그저 질 나쁜 수준의 장난으로 여겼는지 웃기까지 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금세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숙연해졌다.


제갈윤이 자살한 지 7개월이 지난 11월 1일, 학교 건의사항 오픈 채팅방에 '제갈윤'이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입장해 이전 제갈윤이 활동했던 동아리 '엔지 시네마'의 부원들인 성규, 우진, 소영, 동호에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교육열이 높은 나경 고등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에 끊임없이 항의 전화를 했다.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내용에는 글 외에도 네 명의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었는데, 그 내용은 심히 충격적이었고, 이에 대해 학교에서는 해당 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하였다.


네 명의 학생들과 일대일로 면담을 진행했으나, 그 누구도 제갈윤을 위해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오로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피하려는 모습만 보였다.

나경 고등학교의 교장조차도 제갈윤의 자살이나 7개월이 지난 뒤 퍼진 이야기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제갈윤의 자살에 관련된 네 명을 철저히 조사해 마땅한 처벌을 내리지 않으면 교육청에 제보하겠다는 자신을 협박하는듯한 편지 내용에 불쾌감을 표출할 뿐이었다.

교장은 제갈윤의 1학년과 2학년 담임이었고 동아리의 담당 교사였던 나현진에게 조사를 맡겼고, 현진은 학생들과의 면담을 진행할수록 제갈윤의 죽음에 자신 또한 큰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되는데….





무심코 소설을 펼쳤다가 속절없이 빠져들어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너는 윤이가 왜 죽었다고 생각하니?"


이야기는 제갈윤의 자살을 둘러싸고 네 명의 아이들의 진술을 통해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에 접근해 나간다. 각자가 알고 있으면서 애써 외면하고 모른척하는 진실.

소설 속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글에 나오는 것처럼 누구나 윤이 겪었던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학생들과 나경 고등학교 교장의 이기적인 반응은 더욱 슬프고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한 생명이 죽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것에 연관되어 자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에만 급급한 모습에는 불쾌감마저 느꼈다.


죄를 저지르고도 그것이 죄인지도 모르고 반성 없는 아이, 좋아했지만 열등감에 휩싸여 상대의 진심을 바로 보지 못하고 원망해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선택해 버린 아이, 다른 이의 죽음에 책임이 있으면서 그저 감추기 급급하며 자신을 오히려 피해자로 포장하는 아이, 그리고 끝내 손을 내밀 용기를 내지 못한 아이에게 남겨진 끝없는 죄책감.

윤의 주변인들은 윤의 죽음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잘못들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벌어졌을 때 누군가가 함께였다면 분명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윤에게 작은 관심과 약간의 다정함만이라도 주어졌다면, 분명 정신적 버팀목과 위안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살기 좋게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너만 모르는 진실, 아니 이제 모두가 전부 아는 그 진실은…….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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