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다같은 여덟 이야기> 밤에 조용히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두 가지 상반되는 느낌이 밀려온다. 고요한 가운데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주는 정적인 아름다움, 새까맣고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바다 속에 대한 두려움. 이 소설집이 딱 검푸른 밤바다와 같은 느낌을 준다.
단편집을 좋아한다. 집중력이 길지 않아서 짧은 이야기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짧은 호흡으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글 솜씨를 감상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이번 여덟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나 같이 숨 참고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일품이다. 질투와 불안, 후회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지니고 있지만 쉽사리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어두운 감정들을 위태롭게 묘사해 낸다. 사람마다 숨기고 싶은 감정들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상도 조금씩 다를 것 같다. '도서관의 유령들'에서는 지적 허영심이 눈에 밟혔고, '라이프가드'에서는 나보다 잘난 이에게 느끼는 약간의 우월감이 신경쓰였다. 읽는 이에 따라 약간의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불안하고 위태로운 듯 보이는 인물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져서 좋은 책이라고 여겨진다.
"개성과 가치를 버리고 복종을 맹세한 뒤에야 비로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복종을 거부한 사람은 철저하게 배척당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령이 되었다.”-52p
"내일의 시간이 보장된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술집에서 가장 비싼 술을 마시는 자신은 내일을 확신할 수 없었다."-183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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