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깊고 험한 천개산 산66번지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다섯 마리의 개들이 모여 무리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무리의 리더인 대장은 검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덩치 큰 개로 똑똑하고 용감하고 강인하였기에 모두들 그가 어쩌다가 천개산으로 들어왔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도 없는 개였고, 주인공 얼룩이는 앞다리 한쪽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개로 개 농장에서 살다가 유일하게 자신을 챙겨주던 흰둥이가 팔려 가던 날 흰둥이의 충고와 도움으로 개 농장을 탈출해 천개산으로 들어온 개였다. 진돗개인 번개는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빈 동네에 버려졌으며, 말티즈 바다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 병원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주인이 산속에 버리고 갔고, 퍼그인 미소는 똥 더미 위에 짧은 줄로 묶여 버려져 있었던 것을 대장과 번개가 구출해서 천개산으로 데리고 왔다.
어느 겨울날, 천개산 산66번지 개들의 아지트 근처에서 낯선 사람이 조난당했다. 대장은 그 사람이 추운 겨울 산속에서 그대로 죽을까 봐 다른 개들을 설득해 아지트로 데려오려 했으나 그 조난자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개들을 보고 두려움에 돌멩이를 던져 쫓아내기만 할 뿐이었다. 이에 대장은 그 사람을 아지트로 데려오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그 사람에게 자신의 먹이를 나눠주고 추위를 막아줄 낙엽을 긁어모아 덮어 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러나 다음 날 개들이 모아둔 음식들 중 일부가 음식 창고 굴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개들은 서로를 의심하다 결국 조난자를 도와주자고 했던 대장이 자신들의 먹이를 조난자에게 가져다준 것이라 의심하게 된다. 그런 의심 끝에 번개가 조난자 근처에서 자신들의 먹이였던 것으로 보이는 햇반 빈 통을 발견한다. 결국 번개는 화를 내며 대장을 공격했고, 대장은 최소한의 방어만으로 번개와의 싸움에서 이긴다. 싸움에서 진 번개는 다음날 천개산 산66번지에서 사라졌고, 대장은 얼룩이에게 나머지 개와 아지트의 뒷일을 부탁하고는 번개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금방 돌아올 것 같던 대장은 돌아오지 않았고, 남아 있던 개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천개산 패밀리』는 어른들도 너무나 좋아하는 청소년 소설 『구미호 식당 시리즈』와 초등학생들 사이에 신드롬을 일으킨 『수상한 시리즈』의 작가 박현숙 님의 작품이다. 이 책은 『수상한 시리즈』처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 그림이 풍부하며 글밥도 과하지 않고 적당할뿐더러 큰 글자로 구성되어 있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흥미와 재미를 충분히 느끼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책을 펼치면 맨 처음에 나와 있는 그림으로 표현된 등장인물들은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돕고 있다.
이야기는 버려진 개들이 모여 아픔과 상처를 나누고 이해하며 서로 보듬어주는 한편, 오해와 갈등을 통해 반목하기도 하고 또한 그것의 해소를 통해 더 나은 성장과 남을 진정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한 모습들 중에는 인간에게 받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미움과 악의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인간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책을 읽어 나가면서 개들의 모험 이야기에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지만, 생명을 너무나도 쉽게 취하고 버리는 책임감 없는 인간들의 모습에는 씁쓸함을 느끼며 고개가 숙여졌다.
비록 버려졌지만 투닥거리며 의지할 수 있는 서로가 있기에 외롭거나 불행하지 않은 천개산 가족들 앞에 펼쳐지는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가 너무나 사실적이고도 간결하고 재미있게 잘 그려져 있어 책장을 넘기는 손을 쉴 수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결국에는 내일의 희망을 그리며 책을 덮을 수 있어 여운이 많이 남았다. 정들었던 가족을 떠나보내기도 하고 또 그 그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가족을 맞아들여 또 다른 내일을 향한 발걸음을 희망차게 내딛는 『천개산 패밀리』는 아이들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또 하나의 레전드 동화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 이야기를 통해 책임감과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