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그 여름 노랑나비
작성자 신간 등록일 2024-06-06    
첨부파일

오늘은 현충일이다. 그러나 요즘은 현충일이 그저 휴일이라는 의미 외에 뭐가 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6.25전쟁 발발 70년이 훌쩍 넘었다. 6.25사변에서 전쟁으로 용어가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전쟁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수 십년 전까지 우리는 tv에서 일주일에 한번, 총알이 난사되고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는 전쟁드라마를 시청했으며 전쟁을 경험한 할머니 세대가 빨갱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었다. 죽창, 낮에는 국군, 밤에는 빨갱이, 부역자, 밀고 등의 단어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에 갇히게 했다.

당시 젊은 세대는 북한을 괴뢰군으로 알고 괴물로 알았다. 전쟁의 후유증인지 권력 유지 수단인지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끊임없이 교육 받았다. 괴물의 지배를 받는 북한 사람들은 일제 치하의 조선인들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세월이 흐르고 전쟁 이외에 광주 민주화, 제주4.3 여수 순천 등 커다란 사건들이 재조명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 졌다.

6 년전 3대 세습권력자와 한국 정부의 만남을 보고, 이제 나는 북한을 한국 인근 동남아 국가들과 다르게 보지 않는다. 세계화로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넘쳐나는 지금, 한민족을 강조하며 왕래를 막는 이 상황이 어색하다.

이 책은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 지역 인근에 민간인들의 생활을 할머니의 기억으로 보여준다. 나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떠올랐다.

책에서는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왜 이념은 사람들을 서로 죽음으로까지 내모는가?

김선예 할머니는 6.25당시 십대 소녀였다.

전쟁 전에 이미 사람들은 좌우로 나뉘어 서로 죽고 죽였다. 선예의 삼촌도 그 상황에 희생되었다. 전쟁 당시 만큼 그 이전 시기도 너무 안타깝다.

선예는 친구들과 수를 놓다가 전쟁 소식을 들었다.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손이 떨리면서 잠시 시간이 멈춘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족은 폭탄 터지는 소리와 색색이 소리가 귀를 찢을 때 방공호 속에서 벌벌 떨면서 견뎠다. 현대의 내가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을까? 가족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전까지 옆에서 재잘대던 형, 동생이 산산 조각난 살점이 되는 걸 목격하는 일은 사람의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 상상하는 것조차 무섭다. 우리 할머니 세대는 그런 일을 겪은 세대이다.

북한군의 총이 난사되는 장면이 나올까 긴장하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뜻밖이었다. 김선예가 기억하는 북한군은 가마솥도 허락을 받고 사용하고 집도 허락을 받고 사용하고 뒤처리도 깔끔하게 한다.

북한군도 집에 누이가 있고 부모님이 계신다는 걸 선예는 알았다. 북한군도 포탄에 가족을 잃었고 그들에게도 나비가 있다고 말한다.

노랑나비는 우리의 영혼이다. 퇴각하는 북한군을 따르는 수십 마리의 노랑나비는 그들도 우리만큼 아팠음을 보여준다. 전쟁이 밉지 사람이 미운건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중학생 고은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끼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고은은 우리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고은이 쓴 보고서에는 어떤 미래가 나타났을지 알고 싶다

 
번호 제 목 작성 날짜
777 [신간평가단 10기] 세상의 모든 연두 임수경 2024-08-30
776 [신간평가단10기] 세상의 모든 연두 이지연 2024-08-29
775 [신간평가단] 『세상의 모든 연두』 유현주 2024-08-29
774 [신간평가단] 세상의 모든 연두 신승철 2024-08-28
773 [신간평가단 10기] 세상의 모든 연두 김수정 2024-08-27
772 [신간평가단] 『꼬마 네모의 꿈』 유현주 2024-08-26
771 [신간평가단 10기]세상의 모든 연두 이은나 2024-08-24
770 [신간평가단10기] 세상의 모든 연두 김희진 2024-08-23
769 [신간평가단10기] 세상의 모든 연두 김길성 2024-08-22
768 [신간평가단10기] 세상의 모든 연두 박현정 2024-08-21
1 2 3 4 5 6 7 8 9 10 다음 1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