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편견, 차별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두 소녀의 특별한 이야기! “다르기 때문에 함께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어요!”
조선도 다문화 국가였다고? 다양성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따뜻한 동화! “다른 건 잘못된 게 아니에요. 저는 제가 세상과 다른 게 겁나지 않아요.”
아미산 골짜기에 숨어 사는 초록 눈동자의 ‘끝단이’는 어느 날 우연히 자신처럼 초록 눈동자를 가진 ‘양희’를 만난다.
할머니께 설렁탕 만드는 법을 배우는 끝단이와 화약을 만드는 것이 꿈인 양희는 어느 날, 끝단이네 할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염 씨 할머니 댁에 다녀오던 중 비 오는 산속에 고립되어 버리는데…….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지혜진
서울에서 태어났다. 지나치기 쉬운 누군가의 마음에 대해 오래도록 쓰고 싶은 소망이 있다. 2017년 계간 『어린이와 문학』 청소년 소설을 통해 등단했다. 쓴 책으로 동화 『무적 딱지』 『감자가 싫은 날』, 청소년소설 『시구문』이 있다.
두둥실
일상을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구름같이 잔잔하고 자유로운 그림을 그린다. 독립출판 만화 〈차가운 새벽〉, 〈침대〉 등이 있으며, 청소년소설 『우리동네 도둑들』 『서울 아이』 『오로라를 기다려』 등의 책 표지 작업을 맡았다.
목차
솔잎처럼 예쁜 / 두엄 장사 대회 / 붉은 머리칼 / 야니의 집 / 할머니의 기억 / 오해 더하기 오해 / 숨바꼭질 / 둘이 함께 / 염 씨 할머니에게 가는 길 / 산에서 생긴 일 / 끝내주는 솜씨 / 동굴 속에서 / 반짝이는 모든 것 / 특별한 잔치
『초록 눈의 아이들』 창작 노트
책속으로
김 씨 아저씨가 아버지 어깨를 움켜쥐었다. 아버지가 세차게 고개를 돌려 김 씨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아버지의 초록색 눈동자와 김 씨 아저씨의 검은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도깨비 눈이 초록색이라지? 그래, 자네는 조선 도깨비인가? 북방 도깨비인가?” 김 씨 아저씨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아버지를 향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네는 여전히…….” 아버지가 가까스로 입을 떼었다. “오호, 조선말을 용케 하는 북방 도깨비셨네.” 김 씨 아저씨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지푸라기를 한 움큼 집어 들더니, 아버지를 향해 풀풀 날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머리와 어깨 위로 지푸라기가 흩날렸다. 지푸라기는 아버지 머리색과 비슷했다. “북방 도깨비는 길에 머리카락을 흘리고 다니는가 보오?” 김 씨 아저씨는 신이 난 듯 말을 멈추지 않았다. “어디 더 꼭꼭 숨어 봐. 그래도 머리카락 보인다 이거야.” 아버지는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떨어지는 지푸라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버지가 참고 있는 건 끝단이 때문이었다. 김 씨 아저씨 옆에서 이 모든 걸 다 지켜보고 있는 창기 때문이었다. (본문 18~19쪽)
남만국에서 온 붉은 머리칼을 가진 초록 눈의 거인 ‘얀 벨테브레이’, 조선인이 되고 얻은 이름 박연. 그 거인과 결혼한 조선의 여인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장희와 양희. 양희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신기한 시선과 눈총을 동시에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양희는 그 말에 크게 신경을 쓰고 싶진 않았다. 팔도 두 개, 다리도 두 개, 눈도 두 개, 코랑 입술은 하나. 똑같은 사람인데 구별 짓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심심해지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또래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뿐, 가까이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 괜찮아. 나에겐 화약 공부가 동무나 마찬가지니까. 양희는 화약을 만드는 것에 더 정성을 쏟았다. 화약의 재료가 되는 두엄을 찾으러 정신없이 쏘다니다 보면 외로움도 사람들의 시선도 깡그리 잊어버릴 수 있었다. (본문 61~62쪽)
“거봐. 네가 한 짓이잖아. 할머니도 방금 전에 누가 부엌에 몰래 들어갔다고 하셨거든.” 양희는 할머니가 설렁탕을 먹고 가라고 해서 들어온 것뿐이었다. 억울했다. 똑 부러지게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당황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 또 찾아오면 그때는 혼쭐을 낼 테니 그리 알아!” 끝단이는 화를 내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과 비슷한 아이라 정이 갈 만도 한데 화가 누그러지지 않았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똑바로 살아야 한다고. 저렇게 남의 집이나 뒤지고 다니면 돼? 저러고 또 어디서 사고라도 치면 다 같이 더 욕을 먹는 거라고.’ 아버지는 끝단이, 끝동이에게 항상 언행을 똑바로 하고 다녀야 한다고 가르쳤다. 누구보다 더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양희를 보자, 끝단이는 아버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본문 90쪽)
“자네도 벌써 알고 있겠지만 나의 아버지도 조선 사람이 아니오. 나 역시 스스로 집에 숨어 있을 때가 많소.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언짢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 알고 있소. 하지만 그들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저버리지는 않소.” 끝단이는 할머니를 떠올렸다. 기억과 숨바꼭질 중인 할머니는 왜 상처만 준 염 씨 할머니를 잊지 못하는 걸까. 양희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등을 돌리자, 할머니 목소리가 끝단이의 귓가를 맴돌았다. ‘용서하고 싶어서 그래.’ 할머니를 위해서 온 일, 나쁜 일도 아니고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끝단이는 양손의 주먹을 꼭 쥐었다. (본문 121쪽)
둘은 놀이하듯 돌을 계속 냇물을 향해 던졌다. 후암이랑 시내골 아이들도 저마다 괴성을 빽빽 지르며 냇물을 향해 돌을 던졌다. 두엄 장사 대회에 나온 애들을 죄다 불러 온 모양이었다. 돌들은 아이들 각자의 힘에 따라 여기저기로 날아갔다. 덕분에 불어나는 물속에서도 서서히 길이 나기 시작했다. 모두 같은 힘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어른들은 자루에 흙을 담아 돌 사이사이를 막았다. 서로가 땀을 흘리며 길을 냈다. 얼마 후 짙은 어둠 속에서도 보일 정도로 징검다리 길이 만들어졌다. “야호, 최고야. 우리가 길을 만들었어.” “내가 제일 많이 던진 거 알지?” “아닐걸. 내가 너보다 두 개는 더 던졌을걸.” 티격태격하던 끝동이랑 창기는 서로 마주 보고 펄쩍 뛰어올라 가슴팍을 부딪쳤다. 뿌듯한 미소가 두 아이의 얼굴에 똑같이 번져 나갔다. (본문 182쪽)
출판사 서평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조선 사회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동화 속 다양성과 공존의 메시지!
조선시대에도 초록 눈을 가진 다문화 아이들이 살았을까요? 『초록 눈의 아이들』은 1627년 조선에 정착한 최초의 유럽인 ‘얀 벨테브레이’를 모티프로 삼아 탄생한 이야기예요. ‘얀 벨테브레이’의 딸 양희 외에도, 조선시대 백정의 뿌리가 북방 유목민족의 후예라는 점에서 착안한 또 다른 다문화 소녀 ‘끝단이’가 등장합니다.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조선 사회 다문화 가정의 두 소녀는 ‘초록 눈의 도깨비’라는 차별과 오해를 받으며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후 더욱 단단해지며 각자의 모습으로 반짝이게 돼요. 조선시대부터 우리는 이미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며 오해와 차별, 편견 없이 대하고 있을까요? 당연하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 『초록 눈의 아이들』은 그래서 더욱 특별한 동화입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유연함, 열려 있는 어린이의 마음을 존중하는 세상을 꿈꾸는 동화
매년 다문화 가정 학생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문화 차별 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소식 중 하나입니다. 『초록 눈의 아이들』에도 끝단이의 아빠를 ‘북방 도깨비’라 부르며 무시하고 차별하는 장돌뱅이 김 씨 아저씨와 염 씨 할머니 등이 등장하지요. 하지만 또래의 어린이들은 두엄 장사 대회에서도 ‘다르게 생긴’ 끝단이와 끝동이를 차별하지 않고, 서로의 능력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며 때론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요. 실제로 2021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수용 점수는 5년 동안 높아졌지만, 성인의 경우 오히려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마음은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지혜진 작가는 『초록 눈의 아이들』을 통해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작가가 창작 노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초록 눈의 아이들』이 ‘이토록 당연한 어린이의 마음을 해치지 않는 세상’이 되는 데 작은 한 걸음 되어주기를 꿈꿔 봅니다.
줄거리
아미산 골짜기에 사는 ‘끝단이’는 초록 눈에 갈색 머리칼을 가진, 백정의 딸이다. 아버지가 어릴 때 조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튼 소문이나 괴롭힘에 시달려 가족들이 모두 마을을 벗어난 산골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끝단이는 동생 끝동이를 따라간 시내골 두엄 장사 대회에서 하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두엄에 대해 묻는 이상한 아이 ‘양희’를 보게 된다. 끝단이는 우연히 양희 역시 붉은 머리칼과 초록 눈동자를 가진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두엄이나 흙, 찌꺼기를 모아 화약을 만드는 것이 꿈인 양희와 백정의 딸인 끝단이는 몇 번의 부딪침 끝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끝단의 할머니를 대신해 염씨 할머니 댁에 설렁탕을 전해주러 길을 떠나게 된다. 제 아버지가 조선인이 아니라고 핍박하던 염씨 할머니에게 간다는 것이 싫어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던 끝단이는 발을 헛디뎌 항아리를 깨뜨리고 만다. 두 사람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차별과 배척을 받던 조선 사회로부터 화해와 용서를 이룰 수 있을까? 네덜란드 출신 조선 최초의 귀화인 ‘박연’의 자식을 모티프로 삼은 조선시대 다문화 소녀들의 이야기.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조선 사회에서 우연히 만난 두 ‘초록 눈의 소녀’들이 겪어가는 사건을 통해 다문화와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