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저세상으로 가기 위한 오디션! “제발 죽지 마라! 죽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베스트셀러 『저세상 오디션』, 성인 독자를 위한 특별판 출간!
베스트셀러 『구미호 식당』의 또 다른 이야기인 『저세상 오디션』은 청소년 소설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이어 ‘윌라 오디오북’ 전체 순위 1위 등 이야기가 가진 마력을 증명해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은 끝에 드디어 일반 독자를 위한 특별판으로 출간되었다. 『저세상 오디션』 특별판은 김선영 작가 『내일은 내일에게』, 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식당』, 한정기 작가 『깡깡이』에 이은 특서 특별판 시리즈 네 번째 소설책으로, 청소년문학에서 한 차례 검증된 바와 같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상상력 위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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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오디션 합격자에 한해서 지나갈 수 있다. 그것이 절차다.” “뭐요? 오디션이요? 아이고야, 아무리 오디션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죽은 자들을 모아놓고 오디션을 봐요? 참 나, 원. 별소리 다 들어보겠네. 죽은 사람이 춤을 출까? 노래를 부를까? 뭐가 좋아서 춤추고 노래를 하겠수? 춤추고 노래 부를 정도로 편한 팔자였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수.” 황명식 아저씨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그게 절차고, 그 절차를 밟아서 합격해야만 이 길을 지나갈 수 있다.” 마천이 단호하게 말했다. --- p.24
“내 말이요. 아닌 말로 우리가 오죽하면 죽었겠어요, 오죽하면.” 이수종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맞아, 오죽하면 죽었을까. 살고 싶었다고. 그런데 오죽하면.” 사람들 몇몇이 맞장구쳤다. “‘오죽하면’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세상에 나가는 선별에서 탈락한 수많은 영혼은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리며 한 번씩 통곡하기도 하지. 그런 날이면 통곡 소리로 세상이 흔들리고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하지만 그들을 말리지는 않는다. 통곡을 멈추라는 말을 못 한다. 오죽하면, 오죽하면 저리 슬프게 통곡을 할까, 이해하고 미안해한다. 생명을 얻어 세상에 나가지 못하면 그들은 형체도 없이 수천 년, 수억 년을 떠돌며 살아야 한다. 형체가 없으면 하고 싶은 일도 못 하지. 자신의 존재를 눈으로 볼 수도, 나타낼 수도 없다는 말이다. 영혼은 있는데 형체가 없다는 것, 그게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 아느냐. ‘오죽하면’이란 그 영혼들에게 어울리는 말이지.” --- p.36
“아니, 내 말은 말이에요.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으면 그냥 살아 있을 걸 괜히 죽었다고요. 낙타를 줄이고 바늘구멍을 늘릴 재주가 어디 있어요?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죽으면 끝인 줄 알았지. 다 끝인 줄 알았다고요. 아, 머리 아파.” 이수종이 두 손으로 머리를 박박 긁었다. 시계가 흔들리며 번쩍번쩍 빛을 냈다. “나도 내 선택을 마지막으로 모든 게 다 끝나는 건 줄 알았어. 이런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해봤다고.” 나도희가 말했다. 나도희가 다 끝내고 싶었던 게 뭔지 궁금했다. --- p.59
“참 답답한 소리를 하는구나. 너희들이 살았던 그 세상에서 사정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참아내며 견디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며 그 시간 안에서 좌절할 때도 있고, 절망할 때도 있지만 또 다른 희망과 행복을 찾기도 한다. 나는 세상에 나가는 영혼들에게 살다 올 시간을 부여할 때 어둠과 같은 막막한 시간만을 넣지는 않았다. 견뎠어야지. 참아야 했다. 여기에 온 사람들 중에 딱 한 시간만 더 참았어도 기쁨을 맞이할 사람도 있었다.” --- pp.133~134
나는 단 한 번도 이 사람들과 같은 번민을 해본 적이 없다. 그 말은, 그야말로 단조롭고 단순했다는 말이다. 하루하루만 잘 지내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늘 바쁘고 분주했다. 황명식 아저씨가, 이수종이 단조로운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내가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 없이 산 걸까? 잘못 산 걸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사는 바람에 늘 아웃사이더에 한심한 아이였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어떤 게 잘 사는 건지는 모르겠다. ‘집에 돌아갈 수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신기한 것은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나만의 이유만 있을 때보다 다른 이들의 이유가 합류하니까 더 그랬다. 내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pp.186~187
“마천님이 치르게 될 대가가 대충 어떤 건가요?” “너는 몰라도 된다. 어떤 대가인들 어떠하랴. 돌아가면 다시 찾은 오십팔 년의 시간을 잘 쓰도록 해라. 너에게 주어진 시간 중에 일분일초도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모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시간들이다. 절대 허투루 쓰지 말도록 해라. 훗날 오십팔 년 후에, 주어진 시간들을 그런대로 멋지게 살았노라 말할 수 있도록 해라.” 마천은 덤덤하게 말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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