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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문구점
작가 김선영
ISBN 9791167031754
출간일 2025-09-18
정 가 14,000
페이지/판형  192 / 140 * 205 mm

책소개

개성 있는 인물들의 탄생

비밀을 추적하는 재미, 놀라운 반전


신상을 쌓아 놓고 절대로 안 판다고?

도대체 왜?


물건을 팔지 않겠다는 문구점 주인 vs 폐교를 바라는 중학생

신상문구점 앞은 날마다 시끄럽다!


아이들의 아지트이자 놀이터, 어른들의 마음을 이어주던 만물상, 한 칸의 진열대에도 삶의 흔적과 마음이 담긴 그곳, 신상문구점! 단월 할머니의 죽음과 함께 나타난 황 영감은 신상으로 채워 놓고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100쇄 돌파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작가의 신간 『신상문구점』이 출간됐다. 『시간을 파는 상점』 세 번째 이야기 이후 오랜만의 신간이다. 김선영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영원히 자랄 것 같지 않은 어린 자신을 불러내 위로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성장기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보호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덕분에 빚진 인생은 절대로 싫은 동하, 그토록 원했던 공간이 연극 무대 같아서 힘든 편조, 아빠를 따라갔다면 엄마처럼 물속에 있을 거라고 괴로워하는 모경을 불러냈다. 개성 있는 주인공들의 탄생, 마을의 두 중심부인 신상문구점과 그집식당의 비밀을 추적하는 재미와 반전은 청소년 베스트셀러 작가 김선영의 새로운 화제작이 되기에 충분하다. 밀도있는 문장으로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김선영 작가의 역량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1966년 충청북도 청원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까지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자연 속에서 사는 행운을 누렸다. 그 후 청주에서 지금껏 살고 있다. 학창 시절 소설 읽기를 가장 재미있는 문화 활동으로 여겼다. 막연히 소설 쓰기와 같은 재미난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십대와 이십대를 보냈다.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고 힘을 받는 소설을 쓰고 싶다.

2004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밀례」로 등단했으며, 2011년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밀례』, 장편소설 『특별한 배달』 『미치도록 가렵다』 『열흘간의 낯선 바람』 『내일은 내일에게』 『시간을 파는 상점 2: 너를 위한 시간』, 그리고 『무례한 상속』 등이 있다.

목차

초록 지붕 신상문구점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집식당
먼지보다도 작게 부서져 사라지길 바랐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황 영감과 단월 할매
또 하나의 계절로 넘어가는 바람

『신상문구점』 창작 노트
『신상문구점』 청소년 사전 리뷰

책속으로
편조 엄마가 편무를 품에 안고 차를 타고 떠나면 편조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발톱이 깨지고 발바닥이 찢어져서 피가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편조의 신발을 들고 따라 뛰었다. 어떤 때는 편조보다 더 빨리 뛰어서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모퉁이를 돌아 떠나는 차가 내 엄마 아빠인 줄 알 것 같았다. 편조 엄마 아빠는 한 번쯤은 차를 세울 만도 한데 그 일이 있고 난 후, 차를 세운 적이 없다. 편조 손에 들린 돌멩이 때문이었다. 편조가 던진 돌멩이에 차 유리가 박살 난 후로는 절대 차를 세우지 않았다.
그런 날 밤이면 편조는 제 할머니의 가슴팍을 밀치며 우리 집으로 뛰어오곤 했다.
--- p.29

문구점의 엉성한 유리문이 자물쇠로 잠겨 있다. 너무 낯설었다. 단월 할매가 계실 때는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주인이 저렇게 두 눈 시뻘겋게 뜨고 지켜보면서 굳이 문을 잠글 게 뭐람? 아예 장사를 안 할 거면 모를까.
내가 뒤돌아서 황 영감을 바라보자 황 영감이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걸어왔다.
“잘 왔다, 들어가자.”
황 영감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나는 말없이 황 영감의 손길을 지켜보았다.
“뭘 굳이 잠갔냐고?”
어른들은 뒤통수, 옆통수에도 눈이 있는 게 분명하다.
--- p.42

“넌, 너무 심각해.”
“그건 네가 신상문구점과 나의 관계를 몰라서 그래.”
모경의 말이 아주 틀린 것 같진 않지만 좀 서운했다. 그간의 사정을 모르니 나의 심각성을 알 리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경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관계라니? 뭔?”
“알바생이었다. 왜.”
“어머, 진짜 알바생이 있었다고? 이 문구점 다시 봐야 되겠는걸.”
모경은 아주 탐나는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신상문구점 초록 지붕을 바라보았다.
“알바비는 얼마? 정말 괜찮은 알바 자리 같은데.”
“그런 알바 아니야.”
“알바면 알바지 그런 알바가 아니란 말은 또 뭐야? 근데 저 할아버지 지금 나 같은 고급 인력을 거절한 거지? 나 까인 거 맞지?”
하여간 성격 참 좋다.
“가라.”
갈래길이 나오자 나는 모경에게 손을 내저으며 더 이상 말하기 싫은 표정을 지었다.
--- p.51~52

“다음 사람이 올 때까지 하는 수밖에. 나는 사지육신이 멀쩡하니 아직 해도 된다는 신호로 알고 있어. 전에 사장님이 그랬거든, 언젠가는 나에게도 신호가 올 거라고. 그 신호가 뭐냐고 했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신호를 받는 사람이 알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어느 날 나도 적당한 신호를 받으면 물려주고 갈 거야. 난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오늘 하루만 잘 살면 된다 생각한다. 그러니까 마음이 그렇게 가붓할 수가 없어. 오늘 하루만 최선을 다해서 팥을 삶고, 오늘 하루만 기똥차게 맛있는 백김치를 담그고, 갓장아찌를 절이고.”
“그러니까요, 처음 이 가게를 꾸린 사람이 누구냐고요.”
“야, 똥하, 너는 내가 이렇게 진지한 고백을 하는데 자꾸 깨는 소리 할래?” --- p.79~80

할머니한테 내가 기생하여 산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 자신이 싫을 때가 많았다. 어떻게 한 인생이 한 인생에게 이렇게 빚을 지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내가 너무나 싫을 때가 많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먼지보다도 작게 부서져서 사라지길 바랐다. 그런 바람과는 다르게 나는 흰바위산의 너럭바위보다 흰뫼의 봉우리보다 크게 부풀어 올라 나 자신조차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럴 때, 나는 흰뫼 정상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숨이 가빠 앞이 깜깜해질 때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 p.100~101

편조는 나에게 평화주의자라고 했다. 착하다는 말 말고 다른 표현을 찾아본다고 하더니만……. 평화주의자란다. 비꼬는 건지 칭찬인지 모르겠다. 내가 주변이 평화로워야 자신도 편안함을 느껴서 자신에게도 잘해 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자신이 울 때마다 달려와 달래준 것도 그런 차원 아니냐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편조는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편조의 매력이긴 하지만 가끔씩 놀랄 때가 많다. 평화롭지 않은 사람을 보면 불편해서 잘해 주는 걸 좋아하는 거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그간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심장의 반응을 보면 답이 나온다. 편조를 생각하면 심장부터 벌렁거리는 떨림이 시작된다. 그래서 안다. 내 심장의 일렁임은 나만 아는 거니까.
--- p.144

“넌 정말 서울로 갈 거야?”
“네가 돌아온다면 다시 생각해 보려고.”
“정말? 돌아오고 싶기도 그렇지 않기도 해. 엄마 아빠도 나만큼 애쓰고 있는 걸 알았으니까. 내 안에 울고 있는 어린 나는 그냥 두고 앞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 그래야지 어린 나를 돌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의 나를 돌보지 않으면 어린 맨발의 나를 누가 치료해 줄 수 있겠어. 너도 마찬가지야.”
“어른 같다.”
나는 편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편조는 키만 큰 게 아니었다.
“어른은 무슨, 어른 같은 거 되기 싫어. 어른도 힘든 것 같아. 우리 할머니도 못 본 새 엄청 늙으신 것 같고.”
“나도 그래. 우리 할머니도 말씀은 안 하지만 나를 보낸다고 마음먹은 다음부터 부쩍 기운을 못 차리고. 나를 본체만체 해.”
“정 떼는 연습을 하고 계신 거야. 우리 할머니도 그랬어.”
--- p.169~170

아이에게 부모의 그늘은 평생을 간다. 사랑을 받았든 받지 못했든.
인생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고투이다. 버림받을 것 같은 불안에 떨며, 엄마 아빠는 나보다 왜 형을 더 인정하는가,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친구는 왜 나보다 쟤랑 더 친하지? 유의 물음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소설을 구상하고 쓰는 내내 소년 하나가 제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 모습이 내 안에 머물렀다. 소설을 마칠 때쯤에야 알았다. 그 소년이 다름 아닌 나라는 것을. 사랑받기 위해 혹은 사랑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어린 나였다. 이제는 내 안의 그 소년에게 말하려고 한다. 성장기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보호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 본문 「창작 노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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