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손현주의 대표작 베스트셀러 『가짜 모범생』 특별양장판 출간! “나는 모범생의 삶을 끝내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롯이 나로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출간 즉시 청소년소설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해 탄탄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가짜 모범생』이 남녀노소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끝에 양장특별판으로 출간되었다. 『가짜 모범생』은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손현주의 대표작이다. 전교 1등 영재 코스만 밟아오던 쌍둥이 형이 목숨을 끊은 뒤, 엄마의 집착이 동생 선휘에게 옮겨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선휘는 저희 쌍둥이가 분노 조절 장애나 우울증을 겪더라도 1등이라는 ‘완벽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 신경 쓰지 않는 엄마의 비뚤어진 관심 아래에서 숨 막히는 하루를 버티며 자신도 ‘형처럼 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소설 속 선휘는 끊임없이 말한다. “나는 형처럼 되고 싶지 않아.”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그 한마디는 지금도 자신의 꿈이 아닌 타인의 꿈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꿈보다 학벌이 중요시되는 사회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과연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200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엄마의 알바』로 등단했고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당신의 남자』로 신인상을 받았다. 2010년 평사리문학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불량가족 레시피』 『싸가지 생존기』 『소년, 황금버스를 타다』 『헤라클레스를 훔치다』 『도로나 이별 사무실』 『빡빡머리 앤』(공저) 등이 있다.
목차
가짜 모범생
『가짜 모범생』 창작 노트
책속으로
병원 밖으로 나오자마자 편의점부터 찾았다. 길 건너에 편의점이 보였다. 신호등도 무시하고 길을 건넜다. 목이 탔다.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크게 울렸다. 길을 걷는 동안 편의점만 오롯이 떠올리다 보니 도로 위의 차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고갯짓을 하며 후다닥 편의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음료 냉장고가 편의점 안쪽에 깊이 들어가 있었다. 냉장고 앞으로 다가가 닥치는 대로 빠르게 콜라 캔을 몇 개 집었다. 계산도 하기 전에 먼저 콜라 캔을 하나 따서 마셨다. 톡 쏘는 콜라가 목울대를 지나자 가슴에서 불이 날 것 같은 더운 기운이 가라앉았다. 편의점에서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콜라 중독자다. 언제 어디서나 내 손에는 콜라가 들려 있다. 콜라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하루에 1.5리터짜리 콜라를 세 병까지 마실 때도 있다. 콜라가 눈앞에 없으면 불안해 손이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언제부터 콜라에 중독된 것인지 나도 모른다. 엄마는 콜라 성분에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는 물질이 있다고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는다. 콜라를 먹어서 죽나 스트레스로 죽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본문 10쪽)
형이 두 번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3분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못된 상상이어야 했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리고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 밖으로 뛰쳐나간 후에야 전화할 수 있었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온 엄마의 첫마디는 이랬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니? 선휘야…….” 엄마는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방바닥에 손을 짚으며 주저앉았다. 119 구급차가 오고 의료인이 구급처치를 했지만 형은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 “네가 왜 죽어야 하는 거니? 왜!”라며 질러대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그날 분명히 두 눈으로 생지옥을 보았다. 의식불명이었던 형은 그렇게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우린 새로 맞이할 열일곱 살을 며칠 남기지 못한 채 각자 다른 선택을 했다. (본문 22~23쪽)
엄마의 침착한 태도에 몸이 바짝 얼어붙을 것 같았다. 평소의 엄마와는 사뭇 달랐다. “형이 사람을 죽이려고 했어. 이게 말이 돼?” 내 말이 끝나자 엄마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처음으로 엄마 앞에서 형을 비난했다. “그 입 다물어! 형은 그저 화가 났을 뿐이야.” 엄마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평정심을 잃은 듯 목소리에 떨림이 심했다. 아빠는 출장 중이었고 형은 엄마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내 방에 건너온 건 형이 아닌 엄마였다.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내게 어둠 속에서 이렇게 속삭였다. “선휘야, 형 대신 네가 그 애의 목을 졸랐다고 말해줄 수 있니?” 무섭고 끔찍한 소리는 엄마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믿을 수 없지만……. 처음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어두운 밤이라 너랑 형을 구별할 수 없을 거야. 더구나 넌 모자까지 썼으니 아무도 모를 거야.” 엄마는 무릎이라도 꿇을 듯이 내 손을 붙잡으며 애원조로 말했다. (본문 81쪽)
엄마는 형이 죽은 후 상실한 것들을 내가 되찾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넌 형이 못 한 것들을 이루어야 할 이유가 있어. 그건 산 자로서 도리야. 그래야 죽은 형에게 미안하지 않지.” 엄마는 입버릇처럼 내게 말했다. 죽은 형에게 속죄라도 하라는 의미였다. 살아 있는 자의 무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가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해졌다. 형이 죽은 후 담임은 내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엄마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했다. 엄마는 아들이 정신과에 들락거리는 것이 소문이라도 날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자 결국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형을 잃은 상실감으로 우울증이 심해 공감 능력이나 언어 능력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런 경우 부모와 자녀 모두 치료를 받는 게 좋다는 소견을 냈다. 엄마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손을 잡아채며 병원을 나왔다. 엄마는 무척 자존심이 상한 것처럼 보였다. “너 머리 좋은 사기꾼이 누군지 아니? 의사와 변호사들이야. 어떻게 해서든 코를 걸고 넘어가야 하거든. 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너만 당분간 상담받아.” 엄마는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정신과 치료를 거부했다. (본문 91~92쪽)
“엄마는 뭐가 그렇게 완벽해? 뭐든지 자신이 아는 길을 가지 않으면 길을 잃은 거야? 엄마 눈엔 내가 시체처럼 보이지?” “뭐, 시체?” “그래, 내가 죽은 듯이 숨죽여야만 엄마는 좋아하잖아. 난 점점 엄마가 끔찍해. 여기서 멈추고 싶어.” “선휘야, 엄마 좀 봐. 엄마는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해.” 엄마의 전략이 다시 바뀐 건지 이제 내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호소를 하고 있었다. “하! 사랑, 사랑? 날 맘대로 하려는 게 사랑이라고!” “선휘야, 너 왜 이리 거칠어졌어. 엄만 도무지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엄마는 화를 누그러뜨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엄마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건 나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가끔 형처럼 될까 봐 두려웠다. (본문 146쪽)
출판사 서평
‘너를 위해서’라는 말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교육 학대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신만의 수레를 짊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수레를 이끌고 살아가지만, 어느 부모는 자식의 수레에 올라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탓에 십대 시절을 지나며 오롯이 자신만의 꿈을 꾸지 못하고, 때론 부모의 꿈을 자신의 꿈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우리의 꿈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는 이유다. 손현주 작가는 이를 ‘너를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말과 사랑, 교육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휘두르는 ‘교육 학대’라고 지적한다. 모든 아이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모범생’이 되라는 보이지 않는 강요가 평생 아이의 재능을 매몰시킨다.
사람들은 ‘교육 학대’에 무감각합니다. 학교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가 아닌 자신의 재능으로 박수갈채를 받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창작 노트에서
모든 이들이 부모의 기대, 타인의 시선 따위에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갈 때, 꿈꾸는 방법조차 모르는 ‘가짜 모범생’이 사라질 것이다. 여전히 부모의 꿈을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들, ‘완벽함’이라는 허상에 속아 진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짜 모범생』은 가려진 눈을 뜨고 꿈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 줄거리 ]
전교 1등 영재 코스만 밟아온 일란성 쌍둥이 형 건휘는 성적과 스펙에 집착하는 엄마와 매일 다툼을 일으키곤 했다. 그런데 터질 듯한 스트레스를 안고 지내던 건휘가 큰 사고를 치게 된다. 농구 게임을 하다가 시비가 붙은 아이의 목을 조른 것이다. 아이가 의식을 잃어 병원에 실려 간 사이, 건휘는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날 밤, 엄마는 선휘의 방으로 찾아와 말했다. “선휘야, 형 대신 네가 그 애의 목을 졸랐다고 말해줄 수 있겠니?” 엄마는 ‘완벽한’ 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설령 동생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일이라 해도. 그러던 어느 날, 건휘가 죽었다. 건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그에게 쏟아 부어졌던 엄마의 집착은 선휘에게 옮겨가게 된다. 형을 대신하는 것이 산 자로서의 도리라는 엄마의 집착에 선휘는 자신이 점점 미쳐가는 것 같다고 느낀다. 답답한 속을 그나마 뚫어주는 것은 시원한 콜라. 정신과 치료는 진전이 없고, 혼자만의 싸움을 이어가던 중 같은 반 은빈과 가까워진다. 성적은 나쁘지만 자신의 꿈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은빈과 사귀며 선휘도 자유로운 삶을 점점 더 강하게 갈망하게 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엄마의 집착과 선휘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선휘는 그 끝에 자신의 세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 창작노트 ]
사람들은 ‘교육 학대’에 대해 무감각합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학대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이기도 합니다. 『가짜 모범생』은 교육이라는 그럴싸한 단어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폭력과 학생의 인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수면 위로 꺼내보았습니다. 강요에 의한 교육은 아이들을 정신적 억압의 상태로 몰고 가 ‘분노 조절 장애’라는 내적 괴물을 만들어냅니다. 성적 지상주의, 경쟁이라는 단어가 가짜의 ‘나’를 만들어 분노를 차곡차곡 쌓이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폭발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좌절을 줍니다. 아이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남에도 발견도 하지 못하고 성적이라는 환상에 매몰되어버립니다. 그 재능을 끄집어내주는 게 진짜 참교육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사회가 아닌 자신의 재능으로 박수갈채를 받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