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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작가 권비영
ISBN 9791167030801
출간일 2023-07-14
정 가 16,800
페이지/판형  352 / 140*200*30mm

책소개
“나는 조선의 황태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황태자.”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 은
대한제국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 구

조국을 빼앗긴 이들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숨조차 편히 내쉴 수 없었던 암흑의 시대!


『덕혜옹주』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권비영 작가가 오랜 세월 품어 온 또 다른 대한제국의 이야기, 『잃어버린 집』은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 은, 그리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 구의 아픈 생을 담은 소설이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 황실의 정략결혼으로 만난 이 은(영친왕)과 마사코(이방자 여사)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나라를 빼앗긴 황태자 이 은은 그 어떤 사소한 행동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무력함에 고통스러워하고, 마사코는 그런 그의 옆에서 일본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끼고 이 은의 고통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아픔을 남몰래 견딘다.

“역사의 회오리는 아주 비정하오. 피할 방법도 알 수 없이…….
광포한 역사의 바람은 피를 부르고 사람의 존엄성마저 유린하지.”
-본문에서

이후 소설은 그들의 아들인 이 구와 부인 줄리아의 사연, 이승만 대통령의 환국 거부 등으로 뻗어나가며 독립 후에도 이어진 대한제국 황실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죽음으로 육신을 벗어난 이 구의 영혼을 통해 독자들은 나라를 빼앗긴 당시 대한제국 황실의 무력감과 괴로움, 독립을 간절히 바랐던 조선인들의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권비영 작가의 강점인 대한제국의 역사적 비극을 담담하게, 하지만 가슴 먹먹하게 그려내며 『덕혜옹주』의 계보를 잇는 소설이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 출간 후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덕혜옹주』는 독자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덕혜옹주는 영화화되었으며 러시아 외 5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이어 다문화가족의 이야기 『은주』, 일제강점기 세 여자 이야기 『몽화』와 중단편집 『달의 행로』, 이 시대 어머니들의 이야기 『엄니』를 펴냈다. 2019년 말에 『택배로 부탁해요』라는 동화도 한 권 냈다. 올해 2021년 여름 여성독립운동가 『하란사』를 출간하고,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 창작집 『벨롱장에서 만난 사람』으로 소설 쓴 흔적을 더 보탠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와 소설21세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서(序)

제1장


봄날의 기억 / 마사코 / 운명 / 사랑을 품었다가 / 촛불을 흔드는 바람 / 물 위의 도시 / 유럽 여행 /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아카사카, 그 집의 추억

제2장

떠도는 영혼 / 고려신사 / 흐르는 물은 길을 찾는다 / 잃어버린 집 / 그리운 얼굴

제3장

우크라이나 여자 / 아버지 / 조국 / 액자 속에 갇힌 세월 / 그 아이 / 봉사자들 /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 험로 / 또 다른 계절 / 오정수와 해리의 역사 / 줄리아의 편지

결(結)

작가의 말

책속으로
“날씨가 참 좋지요?”
그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사코를 한참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네, 날씨가 좋군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다 마사코를 보고 싱긋 웃었다. 그 웃음에 스며 있는 어색함과 쓸쓸함이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졌다. 학업을 핑계 삼아, 어린 나이에 조국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그 쓸쓸한 웃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인들 일본 여인을 배필로 맞으리라는 생각을 상상으로나마 했을까…….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에 임관된 그는 절제된 말투와 행동으로 군인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단둘이 있을 때는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외로운 청년이었다. 조선과 일본의 융화를 위해 진행되는 정략결혼이었지만 마사코는 그를 보는 순간 그의 가슴에 흐르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온화하고 마음 따뜻한 청년 이 은에게 시집가는 것이야.’
마사코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타일렀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어색하고 부담스러웠지만 마사코는 그의 눈빛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온화하고 따뜻하며 말을 아끼는 사람. 마사코에게 이 은은 그렇게 각인되었다.
--- p.24

지진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 식량 공급이 어려워지고 인심은 극도로 나빠져서 도둑이 들끓었다. 계엄령이 선포됐다. 조선인들이 식량을 약탈하고 사람을 죽인다, 조선인들이 혼란을 틈타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를 하고 우물에 독을 뿌린다……. 소문은 진실보다 더욱 진실해 보였다. 극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사린다. 우선은 내가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폭도에 가까웠다. 어이없는 일들이 대처할 겨를도 없이 연이어 터졌다.

“조센징을 싹 쓸어버리자.”
“조센징은 악마의 화신이다.”
성난 일본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닥치는 대로 조선인 사냥을 한다고 했다. 합당한 이유나 논리가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조선인이 보이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는 것이었다. 삽으로 쳐 죽이고, 때려 죽이고, 밟아 죽였다는 이야기들이 섬뜩하게 흘러 다녔다.
“어찌 조선인들을 이리 못살게 구는 것이오.”
무겁게 말을 뱉는 그의 얼굴은 침통했다. 마사코와 함께 신변의 위험을 핑계 삼아 궁내성으로 피난했지만 그는 마음의 감옥에 갇혀 또다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 pp.77~78

“이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오. 우리는 이제 왕족도 아니고 평민이오. 국적도 제3국인이 되어 있소. 재일한국인으로 등록을 해야 하오. 차라리 잘된 것인지도 모르오.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느낌이오.”
“전하…….”
“마음을 접는 일이 이리 편한 것을.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살려 하오.”
그가 억지웃음을 애써 지어 보였다.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
어쩜 전하의 그 말은 진심일지도 몰랐다. 허울뿐인 황태자의 위치에서 모든 것을 벗어던져버린 홀가분한 마음에 그리 말씀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마사코의 생각은 달랐다. 마사코가 의식을 놓고 있는 동안 전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그리 달래셨던 것 같았다.
“나는 당신만 건강하면 되오. 내 가족만 같이 있으면 되오, 그것만 바라오.”
전쟁이 끝난 후 히로히토 천황은 인간선언을 했다. ‘나는 신이 아니고 사람이다.’ 천황이 인간임을 자처하는 상황에, 소중한 것은 인간뿐이다.
‘전하는 조선으로 가시옵니까? 저를 버리고 가시옵니까? 그 말이 하기 어려워 그리 저를 위로하십니까?’
묻고 싶은 말은 그것인데 맘속의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pp.172~173

나와 줄리아는 늘 그렇게 즐거웠다.
“재능이 뛰어나신 황태자니까 그렇게 될 거여요.”
“어허, 황태손이래도!”
“난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은 황세손이라고도 하던데요?”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요. 황태자의 아들이니 황태손이 맞는 게지.”
사실 나 자신도 내가 진정 황태손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내가 황태손이라는 걸 확인해주는 것은 오로지 부모님뿐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아카사카 저택에서 태어난 나는 미국에 유학을 가기 전까지 한 번도 조선에 가본 적이 없으며, 또한 국적조차 대한제국 국적이 아니었다. 미국에 갈 때도 내 나라 황족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원망을 하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니다. 나는 나 혼자의 힘으로 공부를 하였고, 내로라하는 회사에 당당히 합격하여 잘 살고 있다. 다만 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럴 때는 유독 아버지가 그리웠다. 나는 유난히도 아버지를 사랑하였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는 무게가 다른 것이었다.
--- p.255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소.”
알다마다요. 소인도 귀가 있고 바람을 읽어내는 눈이 있습니다. 말씀 안 하신들 그 아픔을 모르겠습니까. 율리아는 고개를 숙인 채 비전하의 말을 들었다.
“모든 것이 전하의 뜻이오. 전하의 뜻을 제대로 읽어주시오.”
율리아는 비전하의 얼굴을 우러르며 진정 그분의 마음을 읽었다. 숙명여고 이사장 추대 문제가 있을 때도 비전하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비전하의 이사장 추대에 불만이 많았던 사람이 대놓고 상스런 언사를 했다 들었다.
“왜 쪽바리 여자가 이사장이 되어야 하오? 이건 영왕의 모후이신 엄비께서 세우신 조선의 학교요.”
그때 비전하는 어떤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을까. 비전하는 엄연한 영왕의 정비이지만, 조선에서는 ‘쪽바리 여자’라는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 걸까…….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비전하의 상처 난 마음이 읽혔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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