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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노랑나비
작가 한정기
ISBN 9791167031198
출간일 2024-05-21
정 가 13,000
페이지/판형  192쪽 / 140 * 205 mm

책소개

열여섯 살 소녀와 구십네 살 할머니가 나눈
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


열여섯 채고은, 한창 프라이버시가 중요할 나이에 외할머니와 한 방을 나눠 쓰게 되다니!
‘내 삶은 오늘부로 완전히 엉망이 될 것 같다!’
치매 때문에 곧잘 어린 소녀로 돌아가곤 하시는 외할머니. 그런 할머니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먼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황금도깨비상 수상 작가 한정기의 『그 여름 노랑나비』는 열여섯 소녀 채고은과 6·25 전쟁을 겪은 외할머니가 한 방을 나누어 쓰게 되면서 펼쳐지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소설이다. 열여섯 소녀 채고은, 6·25 시절인 열일곱 당시를 회상하는 김선예의 이야기가 교차된 구조로 이어진다.

『그 여름 노랑나비』는 지나간 역사인 6·25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열여섯 채고은의 시선에서 청소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의 상황과 연결짓는다. 인접 국가들과의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 『그 여름 노랑나비』는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청소년들이 꼭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질문으로 가득하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1960년 경상북도에서 태어나 부산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와 경성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작은 불꽃」으로 등단하면서 동화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6년 한국 극지연구소 주최 Pole to Pole Korea 남극 연구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남극에 있는 세종 기지에 다녀왔으며, 2007년에는 한국 해양연구원 주최 열대해양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미크로네시아의 한·남태평양 해양연구센터를, 2012년에는 쇄빙선 아라온호 레지던스로 북극항해에 다녀왔다. 2005년 『플루토 비밀 결사대 1 다섯 명이 모이다』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으며, 시리즈 2편 『플루토 비밀 결사대 2 팔색조의 비밀』로 2007년 부산아동문학상을 받았다. 2017년 『나랑 같이 놀자』로 동서문학 작가상을 수상했다. 추리동화 시리즈 [플루토 비밀결사대]는 2014년 EBS에서 16부작 어린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 5·18어린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큰아버지의 봄』을 비롯하여, 장편동화 『개나리 숲의 흰 양말』, 『멧돼지를 잡아라』, 청소년소설 『나는 브라질로 간다』, 그림책 『남극에서 온 편지』, 『안녕, 여긴 열대바다야』 등이 있다.

목차

고은_ 27,010일, 648,240시간
선예_ 천 위에 핀 꽃과 나비
고은_ 타고난 이야기꾼
선예_ 상현 삼촌과 광수 오빠
고은_ 전쟁
선예_ 전쟁
고은_ 오빠
선예_ 오빠
고은_ 차이
선예_ 똑같은 사람
고은_ 같지만 다 다른
선예_ 포탄 소리
고은_ 질문
선예_ 삼수
고은_ 똥손과 금손
선예_ 다시 시작된 폭격
고은_ 저마다 다른 행복
선예_ 화자
고은_ 성적과 우정
선예_ 다시 나타난 북한군
고은_ 놀이터에서
선예_ 노란 별 두 개
고은_ 다들 그렇게 살았다니
선예_ 용칠이
고은_ 결이 다른 마음
선예_ 그 여름 노랑나비
고은_ 보고서

『그 여름 노랑나비』 창작 노트

책속으로
내 삶은 오늘부로 완전히 엉망이 될 것 같다. 아니, ‘될 것 같다’가 아니라 ‘되고 말았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어제 나는 내 방을 내놔야 했다. 서른두 평 아파트에 안방은 부모님, 볕이 잘 드는 중간 방은 오빠, 작은방은 나, 이렇게 네 식구가 살았다. 그런데 오늘부터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다. 오빠는 고3인 데다 남자라 외할머니와 지내기 불편하다고 나와 방을 바꿔 작은방을 혼자 쓰고, 나는 오빠 방이었던 중간 방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야 한다. 이건 순전히 부모님의 의지로 정해진 거다.
“안 돼요! 나도 이제 중3인데. 프라이빗한 공간이 필요한 나이란 말이에요!”
“이제 겨우 중3이 무슨 프라이빗? 계란 프라이 같은 소리 그만해! 할머니 오시면 네가 책임지고 챙겨드려야 해.”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내 의지는 애초부터 묵살이었다. 내 방을 뺏긴 것도 팔짝 뛸 일인데 엄마는 외할머니까지 챙겨드리란다! 이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힐 일 아닌가?
--- pp.7-8

해방되고 처음,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만세를 불렀어. 이제 좋은 세상이 왔다고 서로 껴안고 울며 기뻐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점점 사람들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어. 빨갱이라는 말이 연기처럼 떠돌며 집집마다 스며들었지. 빨갱이라는 말은 모든 걸 덮을 수 있는 말이었어. 조상 제삿밥을 나눠 먹던 이웃이 언제부턴가 밀고자 되어 이웃을 고발했어. 자기보다 더 많이 배웠다고. 다른 사람보다 잘 산다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게 양식을 빌려준 사람에게 빌린 걸 갚지 않으려 빨갱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였단다.
염치가 살아 있던 사람들은 파렴치한이 되었고 양심은 미움과 증오 앞에 설 자리를 잃어버렸지. 사람들은 환한 대낮에도, 캄캄한 밤중에도 지서로 끌려갔어. 끌려간 사람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고. 죽을 만큼 두들겨 맞고 풀려난 사람은 운이 좋은 경우였어.
--- pp.30-31

북한군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외할머니 말은 내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엄마, 아빠가 학교 다녔을 때는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 같은 것도 있었단다. 북한군을 뿔 달린 도깨비처럼 그리고 ‘때려잡자, 공산당!’ 같은 글도 넣곤 했단다. 그런데 그보다 더 옛날 사람인 할머니는 북한군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 여기셨다니! 요즘 우리는 북한을 같은 민족이지만 우리와 다른 사회주의 국가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목적에 따라 강요된 생각은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
그런데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다르기도 하지. 생긴 모습이 다르고 키나 몸집도 다르지. 저마다 성장 환경이나 사는 환경도 다르지. 다른 모습만큼 생각도 다 다르고.
--- p.75

동네 아이들과 이수는 일수가 가리키는 걸 살피는데 삼수는 눈보다 몸이 먼저 비탈을 내려간 거야. 삼수는 형제들 중에 몸이 제일 빨랐고 성정도 급했거든. 그만큼 욕심도 많아 아버지께 늘 야단맞는 것도 삼수였어.
“야, 그거 내가 먼저 봤으니 내 거다!”
일수가 소리를 질렀는데 삼수는 콧방귀를 뀌더란다.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지!”
삼수는 형이 내려와 뺏기라도 할까 봐 얼른 그걸 주워 들더란다.
맞아! 포탄이었어. 우리 고은이 눈치도 빠르구나.
그런데 포탄을 주워 든다는 게 그만 포탄 뇌관을 뺀 거였어. 빠른 몸과 급한 성정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고 만 것이었지.
“쾅!”
소리와 함께 방금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던 삼수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어. 충격으로 일수와 이수, 동네 아이들은 까무러쳤고.
--- p.90

“은비야, 평화의 반대는 뭘까?”
“야! 채고은, 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니?”
“아니야, 내겐 네 대답이 중요해서 물어본 거야. 같이 과제할 거니까 네 생각도 들어봐야지.”
“분쟁! 또는 전쟁이지! 초딩도 그 정도는 대답할 수 있어!”
“그렇지? 그럼, 전쟁은 왜 일어날까?”
“그, 그거야……. 미움과 욕심. 자기 나라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심. 뭐…… 그런 거 때문 아닐까?”
은비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생각을 잘 얘기했다.
“그렇겠지? 그런데 지금도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잖아.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지도자들은 전쟁으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글쎄? 으음…….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그렇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겠지. 그럼, 전쟁은 누구를 위한 걸까? 전쟁으로 나라의 이익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행복이 희생되는 건 옳은 걸까?”
--- p.126

전쟁 중에 어린아이가 죽은 걸 누구에게 따지거나 하소연할 수도 없는 게 억울했지만, 그렇다고 북한군이 원수처럼 미운 것도 아니었어. 미운 건 전쟁이었지 사람은 아니었어.
‘적과 싸워야 하는 전쟁이니 총도 쏘고 포탄도 퍼부어야겠지. 그 와중에 애꿎은 사람들도 죽고, 어린아이들도 죽고. 모두 전쟁이 그리 만든 거야!’
‘사람들은 왜 서로 미워할까? 맘대로 오고 가던 길에다 삼팔선인가 뭔가 선 그어놓고 서로 오가지도 못하게 만들더니 이렇게 전쟁까지 일으키고!’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전쟁은 이해가 안 되었어.
‘전쟁은 왜 일어날까?’
‘삼수는 단지 운이 나빠 죽은 것일까?’
‘삼수가 죽은 건 전쟁 중이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물음들.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들고 있는 것 같았지.
---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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