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이야기’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은『구미호 식당』 박현숙 작가, 또 한 번 이야기의 마력을 펼치다!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6만 시간’의 수수께끼! ‘영준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뛰어난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킨 장편소설『구미호 식당』박현숙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6만 시간’에는 많은 함축적 의미들이 담겨 있다. 그것들과 얽혀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마치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청소년기를 어림잡아 계산한 시간이 바로 ‘6만 시간’이다. 저자는 십대의 ‘6만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소설 곳곳에 보물찾기를 하듯 에피소드들을 이곳저곳에 숨겨 놓았다. 학창시절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무는 것처럼 이 소설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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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어렸을 땐 그림을 잘 그려 화가가 되고 싶었던 선생님은 공책에 만화를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고, 글을 잘 쓴다는 말도 듣게 되었다. 백일장에서 상을 받게 되면서 꿈이 작가로 바뀌었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동화작가가 되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제1회 살림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그 집에서 생긴 일』 『수상한 아파트』 『수상한 우리 반』 『수상한 학원』 『할머니가 사라졌다』 『아디닭스 치킨집』 『지하철역에서 사라진 아이들』 『국경을 넘는 아이들』 『우리 동네 나쁜 놈』 『어느 날 목욕탕에서』 등이 있다.
목차
6만 시간 『6만 시간』 창작 노트
책속으로
지금 우리 집에서 내 위치를 말하자면 그저 밥이나 얻어먹고 밥값으로 학교에 다녀오면 가게에서 서빙하고 청소하는 처지다. 고등학교까지야 어쩔 수 없이 다닌다 쳐도 대학교를 가면 좋고 안 가면 할 수 없는 아이로 낙인찍혔다. 안 가면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안 가면 쓸데없는 데 돈 안 쓰고 좋은 일이라고 아빠는 말한다. 어차피 공부에는 뜻도 없는 아이, 공연히 시간 낭비 돈 낭비할 필요 없다고 말이다. --- p.7
영준이와 나, 그리고 영준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기승이와 준이, 이렇게 넷은 단톡방을 만들었고 주로 그곳에서 소통한다. 영준이가 가끔 전화를 하고 늦은 밤 가게 근처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건 하나의 사건이 끝났을 때의 일이다. --- pp.17-18
“나는 그저 혼내줄 뿐이야. 정신 차리게.” 영준이가 말했다. 나는 영준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35
“귀 닫고 입 닫고 그러고 살면 편한 거 같아도 사실 그렇지 않아. 그러면 마음속에 가스 같은 게 차거든. 그 가스가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몰라. 그건 훨씬 더 위험한 일이야. … 방귀를 뀌고 싶으면 그때그때 뀌어주어야지 참고 참으면 나중에는 더 지독한 방귀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그 뭐냐, 언제 어느 때고 존재, 네 존재를 알리란 말이야. 나는 나다! 나는 여기에 있다!” --- pp.116-117
초등학교 때부터 늘 맞고 살면서 왜 맞아야 하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때리던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인가는 생략했다. 그냥 때렸고 나는 그냥 맞았다. --- pp.161-162
“너와 영준이는 여성 혐오자들이야.” 나와 영준이가 여성 혐오자라니 도대체 설아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혹시 내 안에 내가 모르고 있는 내가 있는 걸까. --- pp.176-177
“우리 큰누나한테 왜 그래?” “좀 전에 말했잖아. 잘난 척해봤자 별거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네 누나한테 심하게야 하겠니? 절대 그렇지 않아.” --- p.194
영준이는 자신의 생각만으로 엄마를 미워하며 증오를 키웠고 그 증오는 영준이 가슴을 파랗게 멍들게 했다. 아무 상관도 없는 여자아이들을 증오하고 미워했다. 짱구 형이 걸핏하면 아이들을 두들겨 팼던 것처럼. 나는 영준이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짱구 형이 불같이 보냈다던 시간을 계산해봤다.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어림잡아 6만 시간 정도였다. 6만 시간 동안 불을 끌어안고, 미움을 끌어안고 사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영준이가 그렇게 사는 거 싫다. 짱구 형 말대로 그 시간에 우리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 p.233
“살아보니 인생의 계절은 조금 달랐다. 봄에 개미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인생이 망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인생의 계절은 일반적인 계절과는 좀 다르다. 봄에 변변치 않은 씨앗을 뿌리고 그걸 돌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름과 가을에 몇 배 더 열심히 일하면 기회는 찾아온다.
6만 시간은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청소년기를 어림잡아 계산한 시간이다. 이 책이 독자들 마음에 진심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그래서 지금 6만 시간을 살고 있는 독자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계절, 한 번 지나면 경험해볼 수 없는 그 계절을 후회 없이 만끽하길 바란다.
--- 「작가의 창작노트」중에서
출판사 서평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 하기 싫으면 안 한다고 해도 돼. 너한테도 그럴 권리가 있어. 그 권리는 누구나에게 다 주어지는 거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형성되고 자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십대 시절, 가족과 친구 관계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소상히 보여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에,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영준’이에게도 치명적인 결핍이 존재했다. 그로 인해 영준이는 삐뚤어진 관념에 사로잡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늘 왜 맞아야 하는지 따지지도 못하고 때리면 그냥 맞기만 하던 ‘서일’이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치킨집 아르바이트생 ‘짱구 형’. 등장인물들 간의 긴밀한 대화와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6만 시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나중에 나이가 들게 되면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라는 영어 선생님의 말을 기어코 믿지 않았다고 한다. 힘들고 아프고 숨통을 조이는 시절을 절대 그리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이다. 살아 보니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문득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이미 한 번 지나간 시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미움과 원망만을 끌어안고 사느라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후회로 남는다고 했다.
지금 현재, 6만 시간을 살고 있는 독자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계절, 한 번 지나면 경험해볼 수 없는 그 계절을 만끽하길……. 6만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각자의 마음이다.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경험자로서 간절히 바라며 작가는 이 이야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