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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싸랑한거야
작가 정미
ISBN 9791188912605
출간일 2019-11-08
정 가 12,000
페이지/판형  224 / 140*205*20mm

책소개

어쩌면,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

겉으로는 잘 지내는 척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어쩔 줄 몰라 울고 있을,
나와 내 친구들의 현실적이고도 아픈 이야기!

세상의 달콤함을 맛보기도 전에,
세상의 쓴맛을 제대로 알아버린 아이들…

“학교에서 공부, 학원에서 또 공부, 집에 가서도 귀가 따갑도록 공부, 공부, 공부…… 그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또 취업 공부, 계속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에요? 어디 재밌고 신나는 일은 없냐고요? 드라마처럼 달달한 사랑 얘기를 써주세요. 책 읽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딴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게요.”

정미 작가의 귀에 요즘 아이들의 한숨 섞인 넋두리가 울렸단다. 그래서 이 책이 천신만고 끝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글을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며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켜봐왔던 터라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청소년들이 처한 지금의 현실을 더 이상 ‘어른’으로서 모른 척을 하거나 외면하고 싶지 않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아 매일같이 빚쟁이들이 집에 들이닥치자 학교고 공부고 뭐고 다 포기하고 살길은 오로지 ‘로또 1등 당첨’밖에 없다며 로또 복권을 살 돈을 벌기 위해 노래주점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언제,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방어 수단으로 주머니에 호신용 칼을 움켜쥐고 다니는 것. 암울한 현실을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잠시 기대어 위안을 얻는 이 이야기들은 억지로 꾸며낸 것이 아닌 바로 나와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어쩌면 소설보다 더 ‘독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렵게 끄집어냈다.

“집이 망했어요. 사업 실패로 아빠가 행방불명인데 어떡해요? 지금 공부가 문제가 아니고, 무얼 먹고 어디서 살게 될까요? 두려워서 죽을 것 같아요. 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사람들은 왜? 어떻게 계속 살아왔고 살아가는 걸까요?”

이 질문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태풍처럼 이 또한 지나가버린단다!” 얼버무리며 명쾌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려 ‘삶을 계속 살아가는 이유’와 ‘사랑의 힘’을 생각했으며 작가는 이 소설로 그 답을 대신한다는 말을 남겼다.

어느 구석진 자리에 앉아 웅크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달콤함을 맛보기도 전에, 세상의 쓴맛을 먼저 알아버린 당신은 어쩌면 남들보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패막이를 하나 더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므로.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습니다.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고, 2009년 아테나아동문학상 수상으로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되는 게 아닌, 되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린이들과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경기도문학상 동화 부문, 양평예술대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이대로도 괜찮아』『공룡 때문이야!』, 청소년소설『마음먹다』(공저), 시집 『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 등이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사랑을 싸랑한 거야
-에필로그
-『사랑을 싸랑한 거야』창작 노트

책속으로

우리는 두리번거리며 로또판매점을 찾아보았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사흘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이리 살게 되리라곤 정말 몰랐다. 그래서 우리에겐 돈이 필요하다.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이 일어나야 예전의 삶이 가능할 것이다. 아까 로또판매점을 보고 그런 행운을 바라면서 난생처음 로또를 사기로 했다. --- 11쪽

카메라를 든 남자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올려다보는 내 눈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이 마주친 순간, 시간과 풍경이 일시정지 상태에 머물렀다.
큰 키에 하얀 피부, 오뚝한 콧날, 균형 잡힌 몸이 지적으로 보였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약간 긴 듯하고, 움직일 때마다 목걸이가 흔들렸다. 멋지다! --- 16-17쪽

“그들이 우릴 찾았나 봐. 엄마는 일자리 구하러 갔어. 혼자 있기 싫어, 빨리 와.”
한순간에 현실을 잊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최악의 날들. 끔찍하고 엿 같았던 사채업자들! 잠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쳐들어와 날 무너뜨리려 했다. --- 34쪽

“내 이름은 강철이야. 강철.”
그는 시원스레 얘기했다. 아르바이트에 대해, 노래방 주인이 좋다는 것에 대해, 도우미의 역할에 대해, 시급과 팁에 대해 막힘없이 그 시원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얼음물을 마신 것처럼 내 가슴이 시원해지고 있었다. --- 58쪽

‘아, 힘들어. 찬혁에게 문자할까 고민하고, 찬혁에게 알바 상담을 고민하고, 찬혁에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고, 고민의 연속이네.’
카메라를 꺼냈다. 해결사 강철과의 만남과 알바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67쪽

“맘 붙일 데가 없을 때 하는 사랑은 자기의 감정인 사랑을 싸랑하는 거래. 자기가 꿈꾸는 사랑을 격하게 할 뿐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너무 괴로워 마.” --- 87쪽

“인생을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요. 내 열기에 시간이 너덜너덜해지도록…….”
“그럴수록 맘을 비워봐. 인생은 퍼즐 조각으로 완성되는 큰 그림과 같아서, 암흑인 줄 알았던 퍼즐 한 조각이 큰 그림의 일부인 시원한 나무 그늘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올 거야.”
--- 148-149쪽

나는 사랑이라는 나의 감정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에 내 감정을 강하게 덧입힌 싸랑을……. --- 152쪽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니와 그가 있었다. 언니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가 언니에게 다가갔다. 내가 날마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 이런 곳에서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이 언니에게 한눈에 반해서……. 언니의 손을 잡고서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 157-158쪽

첫사랑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타지 않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사랑도, 육체도, 기억력도. 기억력이라도 좋았다면 마음에 건 ‘정지’ 너트가 풀리지 않도록 좀 더 바짝 조여 뒀을 텐데, 너트와 볼트가 풀린 것 같다. --- 194쪽

겉으로는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우리의 관계도 변함이 없지만, 마음의 파도를 몇 번 넘기면서 가장 힘든 고비를 넘긴 것이다. 그것이 첫사랑인지 짝사랑인지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불꽃같은 열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 211쪽

“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사람들은 왜?
어떻게 계속 살아왔고 살아가는 걸까요?”
아우성치는 그대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람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면서도 삶을 계속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가 천년의 무게로 느껴질 때, ‘사랑의 힘’을 생각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는 서툰 나이지만, 다른 사람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청소년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른이 된 뒤에도 누구나 청춘기의 사랑을 보물처럼 안고 평생을 사는 것 같다. 첫사랑이라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 인생은 실전이다. 사랑도 실전이다. 따라서 인생은 사랑과 같고, 사랑은 인생과 같다고 읊조리면서.

이 책이 앞날이 지겹도록 창창한 독자들 마음에 가닿으면 좋겠다. 그래서 악천후의 시간을 살고 있는 독자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느끼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의 달콤함을 아, 달다! 달다! 말하면서 눈앞의 시절을 만끽하길 바란다. 어느 구석진 자리에 있는 청춘들이 그렇게 힘을 얻으면 좋겠다는 큰 꿈을 품어보면서.
--- '작가의 창작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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