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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행복
작가 김미원
ISBN 9791188912056
출간일 2021-02-25
정 가 14,000
페이지/판형  244 / 136 * 200 * 21 mm /326g

책소개

몸으로 치열하게 써 내려간 불안한 행복의 기록!
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
─ 깨질까 두려운, 그렇기에 소중한


행복을 누리면서도 이따금 찾아오는 불안을 걱정해 본 사람이라면 『불안한 행복』이라는 제목을 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르겠다. 『불안한 행복』은 ‘내 행복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저자가 삶과 죽음, 불안과 행복, 만남과 헤어짐 등을 한 발짝 떨어진 시선으로 그려낸 에세이다. 김미원 작가는 2005년 등단 이후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즐거운 고통』, 『달콤한 슬픔』 그리고 『불안한 행복』까지 총 세 편의 책을 냈다. 이를 두고 작가는 스스로를 ‘과작寡作’이라 칭하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그가 적어 내려가는 글은 쉽게 쓰고 쉽게 잊히는 글이 아님을 뜻한다. 세월을 담아, 글에 내몰리듯, 몸으로 치열하게 써 내려간 불안한 행복의 기록은 철학, 인문학, 예술 사이를 오가며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낸다. “가는 것, 지는 것, 쓸쓸한 것, 약한 것, 남루한 것, 적막한 것과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그의 글은 언뜻 위태로운 듯 보이면서도 그만이 가진 단단함을 내보인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1959년 12월 엄마가 김장 배추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팔삭둥이로 태어났다. 평생 야인으로 사신 이상주의자 아버지와 생활력 강한 엄마 사이에서 때론 흔들리고 균형감각을 체득했다. 다섯 시간도 앉아서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를 좋아하고 문인들의 발자취를 찾는 여행을 좋아한다.
세월과 세상에 마모되는 자신을 견디기 위해 2005년 수필가로 등단해 수필집 『즐거운 고통』, 『달콤한 슬픔』을 냈다. 『즐거운 고통』으로 남촌문학상과 조경희수필문학상 신인상을 받았고, 『달콤한 슬픔』이 세종우수도서에 선정되었으며 서정주문학상을 받았다. 월간 『한국산문』 발행인과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목차

추천사
생의 기미에 대해

1장. 운다고 사랑이
제비뽑기
정략결혼의 대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메멘토 모리
운다고 사랑이
목소리를 잃고 나는 쓰네
옥니, 곱슬머리 최 여사
기억의 재구성
영원한 이별을 대하는 자세
숨탄 것
미르

2장. 불안한 행복
오래된 미래
갑작스런 이별
불안한 행복
견딜 수 없네
눈물, 그 인생의 함의
중노인의 어느 봄날
바람처럼 자유롭게
사진은 슬프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00년보다 더 긴 7일
나의 산딸기 오믈렛

3장.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
당돌한 수필
자기만의 방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
세상의 모든 아들
문제적 남자
말을 잘하는 것
함께 나이 드는 여자에게
‘그녀’를 찾는 아들에게
아버지와 딸
깃털처럼 가벼운
파이 나누기

4장. 생의 한가운데
본질을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의 비극
여자들의 전쟁 이야기
하늘의 낭만주의자, 생텍스
생의 한가운데
빈센트, 당신
조르바라니, 언감생심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가벼우면서도 비장한
바이런은 왜 그리스에서 죽었을까
달도 차면 기울고

책속으로
이제,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희어지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읊었던 이백을 떠올리고, 태아에게서 죽음을 보았던 릴케를 떠올린다. 내가 우울한가.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기억하면서 삶이 더 행복해졌다. 한시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연필로 진중하게 꼭꼭 눌러 쓴 일기장처럼 인생을 살 수 있다. 어느 한순간도 흘려보내지 않고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정직하게, 에두르지 않고. 돌아가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고 아름다운 것들은 넘쳐나지 않는가. (…)
바라거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과 동행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기다리지도 않기를. 소망하노니 때가 되어 하나님이 내 뒤에 수건을 놓으면 ‘그래, 내 차례야’ 하며 담담히 일어설 수 있기를. 미셸 투르니에처럼 “생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라고 말하며 눈을 감을 수 있기를. 장례식장에서 아들딸이 나를 대신하여 많은 사람을 맞이할 수 있기를.
--- p.29~31

커다란 나무둥치에 아버지 뼛가루를 뿌렸습니다. 너무도 고와 지상에 내려앉지 못하고 바람에 조금 날아갔습니다. 아버지는 땅속으로, 냇물 속으로, 바다로 흘러갔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그곳에 모시고 돌아오는 길,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습니다. 문득 아버지도 그 바람을 맞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습니다. 조문객들과 큰 소리로 웃기도 했고, 수박이 참 달다는 생각도 했고, 화장실 거울을 보며 머리 모양을 다듬기도 했는데 이렇게 대책 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하는가 봅니다. (…)
아버지 안 계신 세상에서 일주일 스케줄을 짭니다. 이제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일정을 잡지 않아도 되는군요. 그러나 당신은 묵직한 추가 되어 내 마음에 들어와 계십니다.
그래요. 운다고 사랑이 돌아오나요. 당신을 다시 만날 때까지 열심히, 아름답게, 깊은 강물처럼 소리 내지 않고, 다투지 않고 착하게 이기며 당신의 딸처럼 잘 살게요.
--- p.35~37

젊을 때는 경험한 것을 온전한 형태로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살아온 세월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어 노인의 기억은 누더기가 된다. 이렇게 보면 노인은 거짓말쟁이라는 이야기는 일견 억울할 수 있다.
나를 합리화하기 위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화하고, 기억을 왜곡하고 재구성하지 않으면 우리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기억이 불완전할수록 행복해질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사진이 바래는 것처럼 기억들도 빛이 바랜다. 기왕이면 미운 기억일랑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겼으면 좋겠다. 타인의 뻔한 거짓말일지라도 용서할 것. 인간은 누구나 자기 식으로 기억을 재구성하니까. 내 기억도 정확한 것이 아니니까.
--- p.49~51

나는 내 행복을 불안하게 바라본다. (…)
달콤한 꿀을 맛볼 때 쓰디쓴 담즙을 잊지 말라는 서양 속담처럼 올라갈 때는 내려갈 때를 생각했다. 행복할 때 불행을 떠올리고, 즐거울 때 슬픔을 떠올렸던 나는 태생적으로 인생을 즐길 수가 없었다. (…)
나이 들어가며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모든 것이 내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하여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지혜를 배운다. 두려운 것은 내가 행복하다고 충만한 감정에 빠져 있을 때 타인의 아픔을 망각하는 것이다. 행복에 도취되어 다른 중요한 것을 잃을까, 놓치는 게 있을까 경계한다.
--- p.82~84

말을 잘하는 것은 오해를 남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에둘러 말해 그 말의 진심이 무엇인지 전전긍긍 고심하게 만드는 고약한 것이 아니라, 눈치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단도직입이 좋다. 그리하여 그 말만으로도 말갛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사람이 좋다. (…)
엄마는 말없는 내가 답답했던지, 여우랑 살아도 곰이랑은 못 산다고, 네 뱃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말로 표현 좀 하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하지만 세월 탓인가, 태생이 곰이었던 나는 나이 들수록 점점 영악한 여우가 되어간다. (…)
시인 박노해는 “말의 뿌리에 흙이 묻어 있지 않은 말, 말의 잎새에 눈물이 맺혀 있지 않은 말을 경계하라”고 했건만 요즘 들어 말의 뿌리에 흙이 묻어 있지 않은 말을 자꾸 한다.
말을 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 p.152~155


출판사 서평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 김미원,
선천적 불안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찬사!


결혼 후 아이들을 낳고 살림을 해온 작가는 아들과 딸의 방, 침실과 남편의 서재 사이에서 오랫동안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해 글을 쓸 때마다 컴퓨터가 있는 방을 전전했다. 살아가며 언제나 자기 자신을 뒷전으로 미루어야 했던 그의 모습은 누군가의 어머니, 누이, 친구 또는 ‘나’라는 여성을 대변한다. 그를 두고 “런던 중산층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서울의 중산층 여류 수필가 김미원은 여성의 글쓰기라는 자기만의 방의 동거인일 수 있다”고 평한 임헌영 선생의 말처럼, 김미원 작가는 작고 초라한 것을 외면하지 않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글쓰기’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바로 이것이 그가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로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작가는 모름지기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가. (…) 유산을 물려받을 숙모도 없으니 경제적인 수준은 물론, 글의 수준도 버지니아 울프와 비교할 수 없지만 나만의 고요한 방이 있으니 그녀와 동거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p. 134)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불안한 행복』은 누구도 해치지 않는, 무딘 칼날 같은 글을 꺼낸다. 그의 시선은 강한 것이 아니라 나약한 것, 화려한 것이 아니라 남루한 것, 활기찬 것이 아니라 적막한 것을 향해 있다. 그리하여 김미원의 에세이는 쓸쓸하고 담백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것은 모든 생명에 대한 따스함이다.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선천적 불안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위로이자 찬사의 글이기도 하다.
오늘의 행복을 마냥 기뻐하며 즐기지 못하는 사람. 행복에 젖은 순간에도 그 뒤에 찾아올 내리막길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사람. 그런 우리에게 『불안한 행복』은 찰나마다 빛나는 위로와 공감을 안겨준다.

[ 작가의 말_생의 기미에 대해 ]

인생의 기미에 대해 쓰고 싶었다. 가는 것, 지는 것, 쓸쓸한 것, 약한 것, 남루한 것, 적막한 것과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
비행기는 일정 고도를 잡기 전까지 흔들리지만,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잘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책 읽기와 글쓰기가 흔들림을 잡아준다. 일정 고도에 진입해도 난기류를 만나면 요동치듯, 남은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가지만 혼자 있음을 즐기니 축복이라 여긴다.
가끔, 나는 글쓰기의 궁지에 몰려 있는가 묻는다. 그러나 나는 글 없이도 잘 살았고, 행복했다. 글보다 삶이 소중하다. 그래도 아주 가끔, 글에 내몰리듯, 몸으로 치열하게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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