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을 걷다 보면, 손을 잡고 함께 온기를 나눌 사람들을 분명히 만나게 될 거야.” ―‘혼자’였던 이들이 ‘함께’가 되는 이야기!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들에게만 보이는 ‘시간의 집’에 각자의 상처를 안고 모인 네 명의 아이들. 이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세상의 시간이 멈춘다. 그리고 그들은 올해의 마지막 날, ‘시간의 집’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세 개의 문 앞에 서게 된다. 그 기회가 당신을 찾아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간을 건너는 집』에는 각자의 상처를 안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자영이, 췌장암 말기인 엄마 곁에서 지쳐가는 선미, 어린 시절 부모의 방임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이수, 그리고 비밀을 간직한 강민이. 기댈 곳이 없어 홀로 버텨왔던 아이들은 시간의 집에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 간다. 그러나 선택의 날을 앞둔 어느 날, 이수는 학교 폭력을 당하는 자영을 도우려 나섰다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예기치 못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야기는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과연 아이들은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선택의 날, 각자 어떤 문을 선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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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리옹3대학에서 현대 문학을 공부했다. 공부를 마친 뒤에는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책 만드는 일을 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쓴 책으로 〈소능력자들〉 시리즈, 《똥 학교는 싫어요!》,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가 뭉쳤다》, 《날아라 모네 탐정단》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에필로그
『시간을 건너는 집』 창작 노트
책속으로
어머님의 모습이 두렵고 낯설다고 해서 부디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어머님이 왜 계속 항암 치료를 받겠다고 고집하셨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니? 그건 당신이 아니라 너를 위해서였을 거야. 어떻게든 나아서 네 옆을 지켜 주고 싶으셨겠지. 그러니 나중에 후회가 되지 않도록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렴. 혹시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으시다면, 너 혼자서라도 이야기해라. 네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끊임없이 말해 드려라.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아직까지도 그 일을 후회하고 있다. 내게 하얀 운동화가 주어진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과거로 가 다시 아버지를 만날 거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 드릴 거다. 너는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 궁금한 점이나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편지를 보내라. 시간의 집사는 남는 게 시간밖에 없단다. --- p.126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나와야 하는 규칙은 있지만, 머무르는 시간에 대한 규칙은 없다. 그 집에서 온종일 빈둥대도 좋아. 지난 일은 훌훌 털어 버리고 빨리 일어서라는 어이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른도 그럴 수는 없으니까. 나는 네가 충분히 괴로워하고 아파하길 바란다. 그런 무시무시한 일을 겪었으니 힘들고 겁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솔직히 난 우리의 삶이 ‘苦’라고 생각한다(이 정도 한자는 알고 있겠지?). 인생에는 씁쓸하고 괴로운 일이 가득하다는 뜻이야. 인생은 ‘苦’이지만, 그럼에도 ‘Go’ 해야 하는 것이란다. 이런 말을 해 봤자 지금은 와닿지 않겠지만, 이 세상은 진성여중 2학년 교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단다.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손을 잡고 함께 온기를 나눌 사람들을 분명히 만나게 될 거야. 네가 그런 사람들을 이미 만난 것처럼. --- p.149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는 당연히 미래의 문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되도록이면 5년 뒤의 미래로 가서 대학생이 되어 있고 싶었다. 하지만 아저씨의 편지를 되풀이해 읽는 동안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미래로 가야 하나. 시간의 집은 미래의 문을 선택한 아이에게는 뛰어넘은 시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삶을 만들어 준다고 했지만, 그걸 진짜 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를 살아가다 멤버들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존재한다면? --- p.151
“네가 어떻게 알아?” 유나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아까 그랬잖아. 내가 네 입장이어도 그랬을 거라고. 만약 네가 왕따를 당했다면 나는 안 그랬을 거야. 종은이랑 세은이가 무서워도 네 옆에 있어 주려고 끝까지 용기를 냈을 거야.” “그래서 지금 날 욕하는 거야? 나도 처음에는 노력했어. 당연히 걔들이 잘못한 거니까. 게다가 우리 넷은 절친이었으니까. 근데 못 하겠더라. 계속 네 편을 들었다가는 나도 왕따가 되겠더라고. 내가 잘했다고 말하는 거 아냐. 하지만 우리 반 어떤 애라도 그 상황에 놓였다면 다 널 모른 체했을 거야. 이제 와서 나를 원망하다니 진짜 황당하다. 널 괴롭히기 시작한 건 내가 아니라 종은이랑 세은이잖아.” “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너까지 나를 외면했을 때는…… 걔들한테 괴롭힘을 당했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아팠어.” 자영의 메마른 뺨에 눈물이 흘렀다. “넌 걔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라고 변명하겠지. 하지만 어떤 일이 얼마만큼의 상처가 되는지는 아무도 몰라.” --- p.166~167
자영은 차가운 바람을 한껏 들이마시며 마지막으로 시간의 집을 올려다봤다. 이 집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아이들을 언젠가 또다시 맞아 줄 것이다. 새로운 멤버들은 의심과 불안, 그리고 희망으로 가슴을 두근거리며 하얀 운동화를 신고 돌계단을 오를 것이다.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오늘, 자영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자영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조금은 불안하지만 이제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모두가 걱정해 준 만큼 씩씩하게 일어설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괴롭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자영은 돌계단을 올라 현관문을 열었다. --- p.227
“이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꽤 많다.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 누군가에게 했던 모진 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리고 시간. 신조차도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을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집뿐이지. 단 한 번뿐인 이 놀랍고 엄청난 기회를 너희는 과연 어떻게 쓸까. 자신을 위해서?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서? 너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이 집이 너희에게 정말로 선물해 주고 싶었던 건 미래나 과거에서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가 아니라 바로 행복일 테니까. 자, 누구부터 올라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