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시리즈』 작가 박현숙, 진정한 이야기꾼의 마력을 펼치다! “죽었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다”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시간은 한번 지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이 나에게 머물 때, 그 시간 안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할 일이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처럼 마음을 열고 산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어!
『구미호 식당』은 이미 많은 작품에서 이야기꾼의 마력을 인정받은 박현숙 작가의 청소년소설이다. 순박한 감수성과 빼어난 상상력의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박현숙답게 『구미호 식당』 역시 이야기 초입부터 독자를 몰입시킨다.
소설은 작가의 학창 시절 기억 속에 있었던 그 아이가 모티브가 되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그 아이를 칼 858 폭파 사건으로 잃고, 그 아이와 친하게 지낼 기회를 그저 흘려보내고 말았던 것에 대한 후회.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지나간 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음을 이 소설에 고백했다.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된 두 사람.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중간계에서 서호를 만나 식지 않는 피 한 모금과 사십구일을 맞바꾸기로 하고 살던 세상으로 돌아온다. 호텔 셰프였던 아저씨와 도영의 사연은 무엇일까? 간절하게 사십구일을 살고자 하는 아저씨와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나도 괜찮다고 여기는 도영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사랑과 집착,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눈다는 것, 그리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 가족의 의미는 살아 있는 동안 두 사람이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에게는 폭력이었고, 남보다도 더 못한 가족이라고 여겼던 형과 할머니의 진심은 미처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다. 늘 혼자라고 여겼던 도영은 친구 수찬이의 마음을 확인하고, 내가 죽게 된 것이 너 때문이 아니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살아 있을 때는 가져보지 못한 감정들, 아쉬움, 후회를 이제야 느끼게 된다.
도영이와 친구 수찬이의 관계는 박현숙 작가와 학창 시절 기억 속에 있는 그 아이와 많이 닮아 있다. 도영이와 수찬이가 늦게나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고, 할머니와 도수의 진심을 알게 함으로써 작가는 비로소 오랜 숙제를 한 듯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하나의 모티브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다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진정한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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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가가 되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제1회 살림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어린이들과 수다 떠는 것을 가장 즐거워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치 새로운 세상을 선물 받는 기분이 들곤 한다. 『Mr.박을 찾아주세요』가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와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에,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에, 『수상한 아파트』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추천도서와 서울시 교육청 겨울방학 권장도서에, 『형, 나를 지켜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교양도서 등에 선정되었다.
쓴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해 드립니다』, 『너는 들창코 나는 발딱코』, 『짜장면 배달 왔어요!』, 『수상한 친구 집』, 『국경을 넘는 아이들』, 『몸짱이 뭐라고』, 『마트로 가는 아이들』, 『뒤로 가는 기차』, 『닭 다섯 마리가 필요한 가족』 등이 있다.
목차
불사조를 꿈꾸는 여우 구미호 식당 꼭 만나야 될 사람을 만나는 방법 구미호 식당의 메뉴는 고급지다 뜻밖의 만남 크림말랑 두 사람이 수상하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벤트에 당첨 되셨습니다 개 판 돈 어디에 썼냐? 도둑 울지 않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아저씨가 기다리던 그 사람 일주일 전에 죽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아저씨의 비밀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들 바람처럼 빨리 지나가는 시간들 마음은 붙잡아 매어둘 수 없는 조각달과 같다 이제 편하게 떠날 수 있어 영원한 삶은 없다
창작 노트
책속으로
서호의 말에 의하면 사망진단을 받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강을 넘기 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적은 확률의 끈을 가까스로 잡은 사람들이다. 해외 토픽에서 봤던 죽었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 이야기가 그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살아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서호는 그 가능성을 자기에게 팔라고 했다. “어차피 다시 살아난다는 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와도 같은 확률이지. 거기에 매달리는 대신 나에게 그 확률을 판다면 훨씬 이익이 될 거야. 확실하게 사십구일 동안의 시간을 보장하거든. 그 시간 동안 이승에 머무를 수 있어. 대가는 오직 뜨거운 피 한 모금이야. 판단은 알아서 하고 결정도 오로지 너희들 몫이야. 예상치 못한 이별 때문에 마음 아프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사십구일의 시간을 버는 거, 그거 쉬운 일 아니다. 나를 만난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야.” (본문9쪽)
“사람의 목숨은 함부로 주무를 수 있는 게 아니야. 너희들은 나이와 성별과 성격은 그대로 갖고 가지만 얼굴은 다른 모습이 되지. 본래의 얼굴로 머물게 해달라고 떼쓰는 거 제발 하지 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조른다고 될 일이 아니지. 에너지 소비일 뿐이야. 집 말고 어느 장소에서 머물고 싶어? 그거까지는 들어줄게. 꼭 자신의 얼굴을 가지고 집으로 가지 않더라도 원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은 충분히 할 수 있어.” 서호 말에 아저씨는 펄쩍 뛰었다. 꼭 자신의 얼굴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치고 지친 서호가 없던 일로 하자며 얼른 망각의 강을 건너가라고 말하고 나서야 아저씨는 포기했다. “나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이 보이는 곳에 식당 하나 차려줘. 집에 못 가면 식당이 나에게는 제일 편한 장소야. 내가 셰프거든. 그거까지는 해줄 수 있지?” 아저씨 말에 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서호가 나를 바라봤다. “글쎄요.”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갈 곳 없으면 나랑 같이 있자. 둘이 있는 게 더 낫지. 이게 잘못된 선택이어도 하나보다는 둘이면 위로가 되잖아.” (본문 16~17쪽)
“음식장사를 하자.” “예?” “음식장사를 하자고. 온갖 요리 재료가 수두룩하니 어떤 요리든 다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장사를 하자는 말이야. 음식은 내가 만들 테니 너는 식당 청소를 하고 서빙을 해라.” “힘들게 왜 그래야 해요? 돈 벌어서 뭐하려고요?”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그럼요?” “가만 생각해봤는데 그 방법밖에 없을 거 같다. 밖에 나가지 않고 사람들을 식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음식을 만들어 파는 거 외에 뭐가 있겠니? 내가 말이다, 이래봬도 솜씨는 꽤 괜찮은 셰프다. 내가 만든 음식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거의 중독이 되지. 곧 맛집이 될 테고 그럼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겠지. 그러다 보면 내가 만나야 하는 그 사람도 올 거다. 그 사람은 미식가야. 특히 내 음식 맛에 길들여져 있어. 웬만한 음식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꼭 찾아올 거야. 그래, 그 방법이 최고야.” 아저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고 안을 점검하는 아저씨의 손길이 바빠졌다. 아저씨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 꼭 만나야 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걸핏하면 사십구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찬찬히 말하자는 아저씨가 그걸 말해줄 리 없다. (본문 34~35쪽)
“부모님, 그런 거 없어요.” “그래?” 아저씨는 파 다듬던 손을 멈췄다. “엄마는 아빠가 하도 두들겨 패는 바람에 제가 네 살 때 가출했어요. 그 뒤로 단 한 번도 연락이 없으니 살아 있는지 돌아가셨는지 알 수 없고요. 뭐 살아 있다고 해도 딱히 보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네 살 때 일이라 저는 기억하지 못하는데 아빠가 직접 말해주었어요. 웃기지요? 두들겨 패서 사람 내쫓은 게 무슨 자랑도 아니고. 아빠는 술을 하도 퍼마시는 바람에 병이 들어 제가 사학년 때 돌아가셨고요. 그럼 누구랑 살았느냐고 묻고 싶으시죠? 할머니랑 살았어요. 아빠가 우리 엄마랑 결혼하기 전에 한 번 더 결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낳은 아들이랑요. 저보다 다섯 살 더 먹었는데 완전 양아치예요. 돈을 벌 생각은 안 하고 쓸 생각만 하는 인간이지요. 걸핏하면 때리고 욕하는 거는 기본이에요. 할머니도 다를 거 없어요. 툭하면 화를 내고 차라리 눈앞에서 사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든요. 나는 할머니와 형의 북이었어요. 화나면 화풀이하며 두드리는 북.” 사랑이 밑바닥에 깔린 관계라고? 우리 집에는 그런 거 없다. “할머니도 형이라는 인간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할머니를 만나면 도리어 큰일이에요. 수찬이네 가게 스쿠터를 훔쳐 타다 사고를 냈으니 스쿠터가 박살이 났을 거고 할머니가 그 돈을 다 물어주어야 했을 테니까요. 아이고야, 할머니를 만나는 날이 바로 제가 박살나는 날이겠네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머니 성질에 박살을 내고도 남는다. 아저씨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아차, 스쿠터를 훔쳐 탔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본문 37~38쪽)
출판사 서평
『구미호 식당』은 자신이 아무 아이도 아니라고 믿었던 아이가 작가가 되어 오랫동안 묵히고 묵힌 이야기를 풀어놓은 소설이다. (…)
나는『구미호 식당』이라는 소설에 이승과 저승의 중간계를 설치했다. 운이 좋은 사람은 들를 수도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모두가 들르지는 못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운이 좋게도 이곳에 들를 수 있었다.
만약 오늘 죽음이 나를 찾아온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 지나간 시간들에 연연하며 아쉬워하지 않을 수 있나? 다시 되돌리고 싶다고 한탄하지 않을 수 있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나에게 머물 때 그 시간 안에 있을 때 최선을 다 할 일이다.
삶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모양의 삶이 될지는 스스로 하기 나름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우리는 그 시간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는 거는 아닌지, 내일이 있을 거라고, 모레가 있을 거라고 너무 단단히 믿고 있는 거는 아닌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책을 읽는 독자가 좀 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주변 사람을 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현명하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서 내가 손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