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2022 특별한서재 도서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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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작가 『가짜 모범생』 눌린 감정은 어느 순간 폭발하기 때문
작가와의 만남 에 분노의 실체에 신경을 썼어요. 이
유 없는 반항으로 보일까 봐 순간순간
캐릭터에 대한 의심을 많이 했던 것
타인의 꿈을 짊어진 ‘가짜 모범생’들에게 같아요.
“청소년들은 온전히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있는가?”
건휘가 사고를 친 뒤, 모범생인 건휘
를 지키기 위해 죄를 선휘에게 떠넘기
려는 엄마의 한마디가 조금은 섬뜩했
습니다.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현
실이 더 무서운 세상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런 에피소드를 구상하게
되셨나요?
요즘은 오히려 모범생들이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학폭에 연루되는 일
이 종종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 부모에 의한 교육 학대가 아무
렇지 않게 자행되는 것에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요.
부모의 이기심이 과도한 학습을 불러일으키며 아이들의 정서를 왜곡
『가짜 모범생』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제목에 많 시키고 있어요. 성적 압박에 의한 자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우리
은 청소년이 공감하고, 또 호기심을 가질 것 같아요. 어떻게 『가짜 모 교육의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에피소드는 제가 소설
범생』이라는 제목을 짓게 되셨나요? 제목에 담고자 하셨던 뜻이 무엇 을 쓰기 전에 학원 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큰 무리는 없었어요.
인지 궁금해요.
소설 속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고 유능했던 여성이 아이
제가 『가짜 모범생』을 기획한 건 오래전이었어요. 제 주변에 성적 때
들을 키우며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못다 이룬 꿈을 아이들에게 투영
문에 엄마에게 린치를 당하고,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가짜의 삶을 사
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어요. 일련의 사건이 끝난 후, 엄마와
는 학생들을 보며 속이 많이 상했어요. 부모들의 이기심이 권리로 당
선휘가 아직 서먹하지만 서로 노력하기로 약속하던 것이 기억에 남습
연히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하자는 의미도 있어요. 아이들은 속으
니다. 이러한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작가님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론 싫어해도 겉으로는 순응하듯이 보이는데, 사실 병들어가고 있거든
가 궁금해요.
요. 그러면서 ‘가짜 모범생’이 되어 혼란을 겪는 것 같아요. 가짜 모범
생은 기존의 틀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순식간에 내면이 허물어지는 소설 속 엄마는 사회적인 틀로 보면 이상적인 부모라고 볼 수 있어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또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감정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유기농 식품을 챙기고, 많은 독서량이나 영재 교
어느새 분노 조절 장애로 연결되는 모습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어 육 등 아이를 위한 일에 헌신했죠. 그러나 그 일들이 오히려 쌍둥이
서 이런 제목을 짓게 되었어요. 형제의 비극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이 자녀에 대한 폭력이었다는 사실
을 아주 뒤늦게 깨닫습니다. 엄마와 선휘 둘 다 상처만 남아 있어 이
건휘와 선휘는 분노 조절 장애, 우울증을 앓고 있기도 한데요, 이런 둘을 잠시 떨어뜨린 후 다른 공간에서 회복의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
모습을 그릴 때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으셨을 것 어요. 좋지 않은 기억을 지우려면 잠시 상처의 공간을 벗어나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을 집필하며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분노에는 원인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선휘와 건휘는 둘 다 과도
한 교육 학대로 인해 자연스러운 관계의 정서를 배우지 못했어요. 억 소설 속에 많은 상징이 들어갔다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광장에 묶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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